등록 : 2014.03.04 13:32 수정 : 2014.03.06 14:12

안영춘 나들 편집장
기사 말미마다 나오는 전문가 코멘트는 보편적 진실을 말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그 전문가는 기자가 캐스팅했고, 그의 코멘트도 정작 기자가 듣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이다. 물론 전문가도 그런 사정쯤 다 알고 오디션에 뛰어들었다. 오디션, 캐스팅, 디렉팅의 단계를 거친 전문가 코멘트는 실상 영화 시나리오와 가까운 장르이면서도 언죽번죽 저널리즘을 자처한다. 공모가 배양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당신은 어느 날 정리해고된다. 회사는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를 입증할 회계장부를 제시한다. 정리해고는 합법으로 승인된다. 당신은 동료들과 파업에 돌입한다. 당연히 불법이다. 언론이 전문가의 말을 빌려 맞장구치고,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공권력을 투입한다. 누구는 구속되고 더러는…, 제 목숨을 끊는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회계장부가 전문가 손을 거쳐 조작된 사실이 밝혀진다. 그러나 죽은 동료는 돌아올 수 없다.

세상을 들었다 놨던 연구 성과는 거짓으로 판명됐다. 구세주 노릇을 하던 과학자는 갑자기 방언을 하고, 그 곁에 붙어 있던 으뜸 사도들은 슬그머니 제 집구석으로 돌아간다. 궂은일 도맡던 종복들만 대속을 하다 스러진다. 잠시 암전…. 과학자가 재등장해, 자신은 구세주 맞고, 빙하기 때 멸종한 동물과 함께 곧 부활할 거라며, 손동작이 빤히 보이는 매직쇼를 한다. 어느새 사도들도 다시 그 곁에서 ‘애국’의 나발을 불어댄다.

짐작대로다. 앞은 쌍용자동차 이야기고, 뒤는 황우석 이야기다. 두 이야기 모두 전문가와 언론이 깊숙이 공모한 실화이자 현재진행형이다. 이들 이야기에서 진짜 연출자들은 따로 있는데, 흔히 정·재계라고 하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다. 대화는 음어로 오가고, 바깥을 향해서는 말 대신 살벌하거나 인자한 표정 가운데서 하나를 골라 짓는다. 참, 이야기는 이 두 편 말고도 무수히 많다.

다행인 것은 전문가들 가운데도 예외는 있다는 점이다. 쌍용차 해고 무효 소송에는 몇몇 법률·회계 전문가들이 있었다. 황우석 사건에는 최초의 내부제보자와 다수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머리는 냉철하고 가슴은 뜨겁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다. 약자들의 저항과 눈물은 그들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데우고 두뇌를 더욱 명민하게 한다. 그게 바로 사회적 연대 아닌가.

2심에서 승소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3심을 남겨두고 있고, 황우석은 빠르게 커넥션을 재구축하고 있다. <나·들>이 이번호에서 그 전문가들을 만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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