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5 01:44 수정 : 2013.02.07 13:47

박승화 기자
“다시 시작해도 돼!”

 “정… 정말요?”

 “그럼, 아직 환갑도 안 됐는데, 뭘.”

 “여자는…요? 제가 장손인데, 아직….”

 “학원에도 나가고 좀 여러 군데 돌아다녀봐. 안 늦었다니까!”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인생상담소 ‘통’. 축 늘어진 고철수(가명·44)씨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방바닥이 꺼질 것처럼 한숨을 내쉬던 그의 입가에서 잠시 웃음기가 돌았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기자가 듣기엔 별 희망적인 얘기가 아닌데도, 그의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늦지 않았다’는 말을 재차 반복할 뿐인데….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상담해준 이는 역술인 이철용이다. 빈민운동가 출신으로 13대 국회의원(1988~92)을 지낸 이철용은 2002년 안국동에서 ‘통’을 열어 인생 상담을 시작했다. 찾아오는 이들이 너무 많아 싫다며, 몇 해 전 삼청동 칠보사 부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야. 오늘도 여기에 앉자마자 ‘살기 싫어서 왔다’는 거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말이 많은 편이고, 횡설수설하는 경향이 있어. 말이 없을 때는 한참 동안 없다가 한번 터지면 막 쏟아내는 식이지. 뭐든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고. 내가 그랬어, ‘당신 인생에서 겨울이 끝나간다’고. ‘입춘이 지나면 아주 좋아질 거’라고. 그랬더니 반신반의하면서도 신나서 가는 거야. 근데 저런 기분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는 게 좀 안타깝지. 아마 한두 달 뒤에 다시 찾아올 거야.”

 고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금까지 변변한 기술 한 가지 배워놓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안정적인 직장도 없이 건설 일용직 등 비정규직 일을 전전하고 있다. 고민을 털어놓을 직장 동료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다. 한마디로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 신경정신과를 다니면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약은 병원 진료를 통해 복용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상담은 ‘통’에 의존한다. 늘 바쁘기 때문에 몇 마디 말을 나눠보지 못하는 의사보다 훨씬 자신의 이야기를 충실히 들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1시간 가까이 역술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안을 얻고 간다. 상담을 통한 ‘약발’이 떨어질 때쯤 다시 찾는 식이다. 얼핏 보면 역술인을 만나러 왔다기보다는 심리치료사를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사주로 보는 내 인생의 사계

 우선 역술의 본래 개념에 충실해보기로 했다. 사주팔자라는 건 어떻게 보는 걸까. 한 번도 사주를 본 적이 없지만 몸으로 부딪혀보기로 했다. 용하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의 한 철학원에 예약 문의를 했다. 지금 예약하면 1월 30일에나 상담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 달 가까이 기다리라는 말이었다.아뿔사, 연초라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걸 깜박했다. 예약 상담을 취소하는 사람이 간혹 있으니 대기자 명단에 올려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좀더 부담없는 사주카페를 찾기로 했다. ‘압구정 정 선생’으로 통하는 곳이었다. 1월 9일 오후, 압구정동 사주카페가 몰려 있는 골목의 한 카페에서 정 선생을 만났다. 창가 너머로는 또 다른 사주카페의 모습이 보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재빨리 답해야 하는 건 아무래도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이었다. “사주는 태어날 당시의 기운이 어떤지를 보는 거야. 그쪽 분은 물(수·水)의 기운을 타고 태어났구먼. 물이 ‘지성’을 뜻하는 건 알지? 호기심이 많고 역마살이 낀 사람들이 많아.”

 사주는 생년·월·일·시를 통해 일생의 길흉화복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바탕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오행을 음양으로 나눈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가 된다. 천간과 지지의 조합인 60갑자를 활용해, 어떤 기운을 더 받고 태어났는지 따져보는 식이다. “자연에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는 것처럼 사람의 일생에도 사계절이 있어. 그쪽 분은 지금이 겨울의 끝 무렵이네. 근래 몇 년 새 많이 힘들지 않았어?”

 갑자기 귀가 쫑긋거린다. 봄이 언제 올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가 임진년이었잖아. 그쪽 분은 작은 물인데 임진년은 큰 물이라서 세력에 밀린 거야. 무기력해진 거지. 다행히 올해는 작은 물이 들어오니까 다소간 경쟁은 있겠지만 이겨내는 데는 훨씬 수월할 거야.” 사주가 좀더 먼 미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라면, 주역(점)은 당장 닥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거론한다. 흔히 점을 친다고 할 때, 그 바탕이 되는 괘는 고대 중국 주나라 때 편찬된 <주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더 이상은 보지 않기로 했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일반인들은 주로 어떤 때 역술인을 찾는 걸까. “두 가지가 궁금할 때 오는 것 같아. 계획하고 있는 일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궁금해하고,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일어날 여지가 있는지 알고 싶어 하지. 경기가 좋아질 때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편이야. 다 잘되는데 나만 어려울 때 사주 보려는 심리가 생긴다고나 할까. 나만 왜 이럴까 싶으면 불안하거든.” 내 사주를 봐주다가 졸지에 인터뷰이가 된 정 선생의 이야기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역술인의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찾기 어렵다. 한국역술인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역술인은 3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공식 통계로 보긴 어렵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활동하는 역술인들도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점을 보는 무속인들과 서양식 타로점을 보는 이들까지 합하면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역술인을 찾는 단골 손님 가운데 정·재계 인사들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체로 쉬쉬해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지난해처럼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미리 줄을 서려고 선거 결과를 예측해달라는 ‘철새 정치인’들이 많았다고 역술인들은 전한다. 직접 방문보다는 비서나 아내를 보내는 의원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당선만 된다면 당을 떠날 수도 있으니 예측을 도와달라는 문의가 쇄도했다. 일부 무속인들은 문재인 전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정치인마다 주로 찾는 역술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국회의장 출신의 한 거물급 정치인은 매일 전화로 물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오늘 운세가 어떠냐고 물어보고, 나설 때 안 나설 때를 결정했다는 거야. 의외로 정치인들이 맹신하는 경우가 많아,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만….” 한 역술인의 이야기다.

 기업인들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투자에 나설 때 역술인을 찾는다. 대기업이 사옥을 새로 지을 때 풍수지리를 따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삼성은 서울 서초동 사옥을 지으면서, 삼성물산 최고경영자(CEO)의 집무실을 최고층(32층)이 아닌 19층에 뒀다. ‘19’라는 숫자가 풍수지리적으로 좋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반영한 것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과거 사원 면접에서 관상을 잘 보는 역술인을 대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계열사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 과정에 깊숙이 개입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도 역술 공부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져 입길에 오르내렸다.

 소소하게는 경리 담당 여직원을 채용할 때 역술인을 찾는 중소기업도 있다. 사주의 기운이 ‘편재격’이면 횡령사고 등이 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편재는 다른 사람의 재물 혹은 투기성 재물을 가리킨다. 예상 외로 기업 활동에 훨씬 깊숙이 관여하기도 한다. 한 식품 대기업의 임원은 “신제품을 새로 낼 때 출시일을 역술인에게 물어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불안 사회, 힐링이 필요해

 흥미로운 건 족집게식 점치기로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생 상담을 받고 싶어 하는 수요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다시 ‘통’으로 돌아가보자. 역술인 이철용의 사주풀이는 이런 수요를 적극 반영했다. “사주는 운명학이 아니라 관리학이야. 인생 예보라고나 할까. 우산 쓰고 밖에 나가면 비를 맞지 않는 것처럼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거지. 사주로 운명을 예단하게 되면 희망을 디자인할 수 없잖아.”

 ‘철학원’ 대신 ‘인생상담소’란 이름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사주가 좋은 사람은 원래 20~30%밖에 안 돼. 사주의 원리가 그래. 여기 자살하겠다고 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 살리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해. 철저히 그 사람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주면 통하게 돼 있거든.”

 ‘통’을 찾는 이들의 사연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해 삶의 의지가 꺾인 경우가 가장 많다. 남편과 이혼한 뒤 딸 둘을 데리고 지하 전셋방을 전전해온 한 50대 여성은 사기를 당해 보증금을 날리고 울상이 돼서 이곳을 찾았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무력감에 빠져 사태 수습에 나설 기력도 없는 상태였다. 이 선생은 일단 그가 실컷 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들어줬다.

 “이런 경우 사주는 처음에 신뢰를 주기 위한 미끼일 뿐이야. 외려 좀 거짓말을 보태서라도, 원래 사주는 훨씬 더 안 좋은데 그래도 현실은 이만해서 다행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줘야 해. 힘든 처지에서 상담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나중에 꼭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었지. ‘숨 쉴 때마다 행복하세요’라고.”

 38살된 한 남성 공무원은 결혼 문제를 상담해왔다.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장가 갈 기회를 못 잡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철용 선생은 직장생활 외에 동호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보라고 조언해줬다. 자신감을 높여주는 스피치 학원에 등록한 그는 몇 달 지나지 않아 결혼 소식을 알려왔다고 한다.

이철용 전 국회의원 / 박승화 기자
 “별별 사람 다 찾아와. 한번은 무속인이 왔더라고. 3천만 원을 들여서 내림굿을 받았는데 입이 안 터진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어. 재물을 탐하지 말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먼저 키우라고. 그래야 입이 떨어지지. 또 한번은 흥신소 직원이 왔어. 어떤 여성에게서 남편의 불륜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받았는데, 그 남편이 고위직에 있다는 거야. 자기가 이 일을 해서 다칠지 안 다칠지 봐달라는데 참 난감하더구먼.”

 개인 병리에만 연연하지 말고 사회 병리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발상이다. 생년·월·일·시를 통한 사주풀이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태어난 해에 벌어진 국내외 사건 등을 함께 분석하는 식이다. “통계적으로 생년·월·일·시가 같은 사람들이 대략 70~80명쯤 된다고 해.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사는 건 아니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한에서 태어났으니까 재벌이 된 거지, 북한에 있었으면 재벌이 안 됐을 수도 있잖아. 사주보다 더 센 게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배경 같은 것들이야.”

 내친 김에 이철용 선생이 계사년 국운을 뽑아준다. “검은 뱀의 해인데, 화(火) 기운과 수(水) 기운이 서로 대치하는 해야. 길흉화복은 물불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정해질 거야. 대통합이 절실한 해인 거지. 경제 삼재가 들어오니 조심해야 하고. 아 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고약한 삼재가 들어오니 섣불리 상대하면 남북관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어. 그가 1983년생이 맞다면 말이야.”

 서울 역삼동에서 상담을 하는 노해정 대표도 몇 해 전 상담소 명칭을 ‘사주아카데미’에서 ‘휴먼멘토링’으로 바꿨다. 노 대표는 “사주의 유용성은 그 사람의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 미래를 맞히는 데 있지 않다”며 “언제쯤 삶이 나아질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보다는 지금 안고 있는 문제가 왜 나왔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함께 분석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가 그동안 상담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림잡아 8만~9만 명이다. 이들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주 볼 때 가중치를 둔다. 같은 때 태어난 사람이라도 출생지와 가정환경, 기운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2001년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가 발표한 논문 ‘재운이 부자를 만드는가?: 사주가 소득에 미치는 효과 분석’에 참여했다. 만 35~65살 국민 1017명을 대상으로 학력·직업·소득수준에 따라 운세를 입력했다. 재운이 강한 사람과 보통인 사람, 약한 사람 등 3단계로 분류했다. 경제학 사상 유례없는 시도였던 당시 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45살 이상 봉급생활자만 놓고 분석해보니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재운이 강한 사람들이 최대 39%까지 더 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에도 그는 국가대표 선수, 금융권 종사자 등을 상대로 집단 사주 분석을 했다.

 최근 들어 휴먼멘토링에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 대표는 “강남에 사는 전문직 부모의 자녀들 가운데 우울증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성공 경로가 명확했던 부모의 아이들일수록 부모를 쫓아가느라 압박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에 부모들은 바깥 일이 바빠서 그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우울증의 상태가 심할 때는 매주 한 번씩 방문하는 이들도 있다.

 사주카페를 찾는 단골 손님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종의 심리상담을 원해 역술인을 찾는 다. 압구정 정 선생은 “사주 보러 와서 대화를 나누면 뭔가 소통하는 느낌을 받고 돌아가는 손님들이 꽤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역술인들이 신경정신과 의사의 역할을 일부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편의 해외 근무로 영국으로 단기 이민을 떠난 한 고객은 5~6개월에 한 번씩 전화로 그를 찾는다고 했다. 역술인과 대화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 이들도 적잖다는 말이다.

미아리 고개 밀집 되어 있는 점집들.운명철학관./ 박승화 기자
 

 너도나도 ‘역술인 되기’ 열풍도 

 “1970년대 중반부터 사주를 공부했어. 내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가 폐결핵으로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서른 살에 혼자가 되셨지. 결핵균이 관절에 와서 장애인이 됐는데, 어린 시절 내가 걸어가면 흉내내거나 놀리는 아이들도 많았어. 그때 궁금하더라고. 우리 어머니와 나는 어떤 사주를 타고 태어나서 이렇게 된 걸까 하고.”

 이철용 선생이 처음 역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신의 사주가 궁금해서였다. 다른 역술인들도 상당수가 비슷한 경험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일반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사주를 봤다고 한다. 정혼한 뒤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신랑의 사주단자를 보내는 풍습이 생긴 것도 집에서 사주를 봤기 때문이다.

 사주를 매개로 한 인생 상담의 수요가 커지면서 스스로 ‘역술인’이 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 회장은 “역술인들의 소득이 국회의원 월급에 맞먹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인생 이모작으로 역술인이 되려는 이들도 꽤 많다”고 말했다.

 취업하지 못한 20대 청년부터 60대 퇴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과거 주로 책을 구해서 독학으로 공부한 데 비해 최근 들어선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많아졌다. 동국대 평생교육원은, 사주명리학을 초급·중급·고급·전문가 과정으로 세분화해 수준별로 가르치고 있으며, 젊은 층의 관심이 많은 타로카드 과정도 개설했다. 이름이 알려진 역술인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으려는 이들도 있다.

 물론 배경에는 치열한 경쟁 사회와 그에 따른 불안 심리가 깔려 있다. 노해정 휴먼멘토링 대표는 간혹 지나친 과욕으로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는 막 태어난 아이가 전공할 게 문과인지 이과인지를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어. 자녀가 초등학생 정도 되면 앞으로 어떤 스펙을 쌓아야 유리한지 물어보기도 하고. 사회가 복잡 다단해지고 점점 경쟁 사회로 가잖아. 그러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어, ‘내가 이겨야 한다’는 데 골몰하게 되는 거지. 내가 언제 승운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이야.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사회에는 순리대로 풀리니까 사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텐데….”

 정기적으로 철학원이나 점집을 찾는다는 한 대기업 직장인도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신이 타고 난 사주를 가지고 어떤 꿈과 이상을 펼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면, 지금은 취업 등 당장 자신이 먹고살 수 있는 방안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며 “그만큼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할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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