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 발행 중단에 부쳐

안타까운 소식을 전합니다.

2012년 11월 첫선을 보인 월간지 <나·들>의 발행을 중단합니다. 이번 2014년 7월호, 21번째 발행을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곁을 떠납니다. <나·들>을 책임진 발행인으로서 애석하고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나·들>을 접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실적 부진입니다. <나·들> 발행으로 인한 적자가 다달이 불어나고 있고, 내년 이후의 전망 또한 매우 불투명합니다. 송구스럽게도, 판매와 광고 매출이 저희의 기대치에 못미쳤습니다.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한겨레>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종이 매체를 둘러싼 엄혹한 현실을 탓하기에는 저희들의 부족함이 컸습니다. 이 점, 냉정하게 돌아보고 깊이 새기겠습니다. <나·들>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정직한 이야기를 백서로 담아 두고두고 <한겨레>의 교훈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겨레>는 1988년 창간 이후 언론사의 도전과 혁신을 선도했습니다. 국민모금을 통한 <한겨레>의 창간은 그 자체가 세계 언론사에 둘도 없는 ‘기적’이었고, 뒤이은 <한겨레21>과 <씨네21>의 발행은 새로운 잡지시장을 창출하는 선구자 구실을 했습니다. 본격적인 사람 잡지를 표방한 <나·들> 또한 기존 형식과 내용을 탈피한 <나·들>만의 저널리즘을 추구했습니다.

사업은 실패했지만, 실험은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목청’ 큰 이들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고유함으로 사회적 연대를 지향하는 이들의 공동체가 꽃필 수 있도록 작은 씨앗을를 뿌렸습니다. 그들의 존재와 생각을 담대하게 나누고 공유하는 공간을 열어나갔습니다.

저희들은 매사 서투르고 모자랐지만, 돌아보면 독자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별하자니 더욱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떤 수사로도 <나·들>을 사랑한 독자들의 실망감을 지우기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들>에 도전할 때의 기개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전과 혁신이 없는 <한겨레>는 더 이상 <한겨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들>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허물,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발행인 김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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