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7 23:48 수정 : 2012.12.28 16:45

인터뷰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대칭에 서는 형식이다. 전지적 작가는 신의 대리자처럼 군다. 사람 심리의 내시경이자 지구를 내려다보는 인공위성이기도 하다. 반면 인터뷰의 경우, 진행하는 이(인터뷰어)는 다만 듣고 옮기는 매개자의 자세를 취한다. 그 극한의 형식이 요즘 몇몇 베스트셀러 인터뷰집이다. 말로 대답한 이(인터뷰이)가 ‘저자’이고, 정작 글로 쓴 인터뷰어는 ‘엮은이’로 표기된다. 이처럼 인터뷰어가 가려질 때, 즉 그저 마이크만 들어주는 구실을 할 때, 인터뷰이의 발언권은 무제한 확장되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연출의 흔적을 교묘히 가린 고도의 연출이다. 완전한 객관은 없다. 아무리 소극적인 인터뷰어라도 싫든 좋든 개입하는 존재다. 따라서 인터뷰 글은 전적으로 객관적일 수도 주관적일 수도 없다. ‘3차원 인터뷰’는 기존 인터뷰 형식을 벗어나 상호 주관적인(Intersubjective) 성격을 적극 드러내는 실험이다. 복수의 인터뷰어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통해 인물은 훨씬 풍부하면서도 정교하게 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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