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6:48 수정 : 2013.01.08 17:15

‘결혼은 현실이다’는 말 속엔 여러 가지 뜻이 내포돼 있다. 최근엔 대체로 세 가지로 쓰인다. 먼저, 결혼 정보 업체나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방송사의 자체 분류 기준이 그렇다) <짝>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이성 출연자들을 경제적·사회적 조건에 맞춰 대상화할 때 이 명제를 곁들이는 방법이다. 그다음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지난하고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를 이야기할 때다. 끝으로는 결혼을 판타지로 받아들이든 아니면 어쩔 수없는 사회적 승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든, 결혼에는 결국 돈이 요구된다는 점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도 쓰인다. 비혼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결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충분조건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필요조건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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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비정규직 교수, 즉 시간강사로 일하는 김민우(가명·35)씨는 10년째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연애를 하고 있다. 딱히 신념에 따른 비혼주의를 지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뜻이 무엇이든, 경제적 조건에 의해 비혼을 강제당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김씨는 한 학기에 2시간짜리 강의 1개를 맡고 있다. 강사료는 월 29만 원. 그것도 학기가 있는 달에만 받기 때문에, 강사료를 받을 수 있는 달은 1년에 7개월뿐이다. 방학 때 계절학기 강의를 맡으면 112만 원 정도 더 받을 수 있지만, 매번 기회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프리랜서로 번역 일을 하는데, 연간 최대 600만 원 정도 번다. 계절학기 강의를 운 좋게 두 번 다 맡을 수 있다고 해도, 연수입은 1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문제점 1. 부당한 비정규직 교수(시간강사) 처우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재훈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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