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7:45 수정 : 2013.01.08 17:46

1년 전 이맘 때 나는 경북 구미에 사흘 동안 머물며 20대와 30대 노동자 5명을 인터뷰했다. 5명은 모두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부분 생산직이었으며 중소 공장에서 일했다. 구미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80.3%나 됐지만, 당시 인터뷰이 5명 가운데 박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이는 1명뿐이었다. 그 1명마저 파업을 ‘노조 이기주의’로 보는 시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일요일만큼은 쉬게 해달라’는 말을 사회에 던지고 싶지만, 주변에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토대가 없다. 진보정당은 그들과 접점이 없거나, 아예 없는 존재였다. 진보정당을 알고 있는 20대도 “그들은 노동권 문제를 개선할 힘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들은 정치에 무감한 듯했으나, 적어도 정치가 ‘나와 주변 중소 공장 노동자들 삶의 조건을 개선할 그 무엇’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18대 대선에서 완주한 진보 후보는 2명이다. 무소속 김소연 후보는 1만6687표를 얻어 득표율이 0.05%였고, 무소속 김순자 후보는 4만6017표를 얻어 0.15%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표를 합쳐도, 유일하게 뚜렷한 진보정당 지향을 유지하고 있는 진보신당(녹색당은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이 지난 19대 총선에서 얻은 정당 득표 24만2995표와 1.13%의 득표율에 비해 겨우 4분의 1밖에 얻지 못했다. 물론 비례대표를 위해 정당을 지지하는 총선과 승자 독식 구도인 대선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리멸렬한 진보를 두고도 두 후보에게 기꺼이 표를 던진 이들이나, 오랜 고뇌 끝에 기호 2번에 투표했지만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두 캠프가 왜 따로 후보를 냈는지를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요원한 일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재훈기자 nang@hani.co.kr

관련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