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7:38 수정 : 2013.01.08 17:46

뭐라고 부르지? 그게 처음 떠오른 질문이다. 후보님?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대표님? 무소속이다. 의원님? 의석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 어제까지 차기 대통령직의 지분을 도합 0.5% 가지고 있던 정치인들을 이름 뒤에 ‘씨’자 붙여 부르기는 좀 미안하다. 김순자 후보는 민주노총 울산과학대 지부장, 김소연 후보는 서울 비정규노조 연대회의 의장이다. 그래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지부장님, 의장님으로 바로 되돌려 부르자니 허탈한 기분이 밀려든다.

질문의 각도를 틀어보았다. 표류하는 건 직함이 아니라 진보정치 자체가 아닐까. 진보 진영에서 대통령 후보가 두 사람이나 나왔지만 선거 후의 정치적 비전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두 후보 모두 민주노총에 한 발씩 걸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공식적으로는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다. 외려 전직 간부들 가운데 일부가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캠프로 떠나버렸다. 진보신당은 독자 후보 선출을 포기했고,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기로 당론을 정하고 후보를 사퇴시켰다. 세포 단위까지 쪼개진 진보 진영의 간판을 무소속 노동자 후보 두 명이 짊어진 셈이다. 정당사를 관심 있게 들여다봐온 사람이 아니라면 이제 진보 정치의 계통을 떠올리기도 벅차다. 계보를 보여줘도 이해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손아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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