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7 21:09 수정 : 2012.12.27 21:59

윤여준 1939년 10월 17일생. 단국대 정치학 학사. , 기자. 전두환 정부 청와대 비서실 공보비서관. 노태우 정부 청와대 비서실 정무비서관. 김영삼 정부 청와대 비서실 대변인. 제4대 환경부 장관. 여의도연구소 제4, 6대 소장. 16대 총선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장.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현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 민주당 국민통합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저서 (메디치미디어), 공저서 (메디치미디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는 보도는 김종인 전 보사부 장관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각각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캠프와 무소속의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다는 뉴스 이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온화한 성품의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정치 영역에서 줄곧 정부와 여권에만 몸담아왔기 때문이다.

그가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철수 후보의 멘토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대결했을 때, 그는 이회창 후보의 핵심 선거 참모 중 한 사람으로, 미디어대책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그리고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고 6개월쯤 지난 뒤부터는 1998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맡았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천막당사에서 절치부심하던 2004년 총선 때는 박근혜 대표를 보좌하여 선거대책위원회 상임부본부장으로 사실상 선거를 기획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모두 보좌

그래서 자연히 언론과 유권자들의 관심은 무엇이 그로 하여금 야당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도록 만들었는지에 모아졌다. 문재인 캠프 합류 이후 언론들이 그와 인터뷰할 때 가장 궁금해했던 것도 “무슨 특별한 동기나 사연이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이같은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 자리를 맡은 것은 국민통합이 특정 정파의 이익도 아니고 “선거의 당락과 상관없이 추구해야 할 절실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온화하고 부드럽지만 참모로서 꼭 해야 할 말은 하는 전형적인 참모형이다. 그의 이력만 훑어봐도 대충 파악할 수 있다. 그는 인생 대부분을 참모로 보냈다. 그는 자칭 ‘진보적 보수주의자’다.

안·문과 ‘특수관계’ 단일화 영향은?

1966년부터 10년 정도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기자로 일한 뒤 박정희 대통령이 숨지기 2년 전부터는 싱가포르와 일본 주재 공보관을 지냈으며, 1983년 국회의장 공보비서관으로 잠시 일한 다음 1984년부터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1990년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보, 의전, 정무비서관을 차례로 지낸다. 이어 정무1장관 보좌관에 이어 1992년 국가안전기획부장(현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까지 지내고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3년 가까이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을 맡았다.

이어 정부 부처로 자리를 옮겨 환경부 장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정무특보를 맡는다. 이후 그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서 맡았던 역할은 대부분 선거 기획과 전략 수립 등에 관한 것이었다.

16대 때 한 차례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낸 그의 최근 행보 중에서 주목받은 것은 역시 안철수와 관련되어서다. 정토회 법륜 스님이 설립한 한반도평화재단 부설 평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쏠리는 관심은 단연 민주당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그의 이런 ‘특수한 관계와 경험’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다.

안철수와 결별하기 전까지 자주 만났다고 대답한 윤여준은 안철수 후보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정치적 소양이 있어 보이는지 평가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본 결과, 사회 모순을 고치고 바꾸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상당히 소양이 있어 보이지만, 정치 현상 측면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다루듯 하는 것은 정치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대답했다.

역대 대통령 자질 분석

박근혜 후보가 천막당사 시절 대표를 지낼 때 총선 대책위 상임부본부장으로 보좌하며 박 대표에게 쓴소리를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역풍을 맞던 시기라 ‘무전략의 전략’을 주문했다”며 “(국민들께) 죽을 죄를 졌습니다, 다시 안 그러겠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이 세 가지 외에는 어떤 어설픈 선거전략도 100%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선거 홍보, 기획, 전략 등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선친이 이승만 대통령 당시 경무대(현 대통령 비서실)에서 비서관을 지낸 윤석오 선생이다. 말하자면, 2대에 걸쳐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권부에서 근무한 특별한 내력이 있는 셈이다.

그는 20년에 걸친 청와대와 행정부, 국회, 그리고 정당 등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말에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두툼한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의 주제로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동원했다. 그는 (영어) 사전적 의미로는 ‘나라를 다스리는 기술’쯤으로 번역되는 스테이트크래프트란 개념을 좀더 구체화하여 “헌법적 기본 원리를 포함한 국가제도의 관리, 국민의 일체감 형성 및 통합의 유지, 각종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의 수립 및 실행, 여러 정치세력 및 인물 관리 등 ‘국가라는 법인체의 행위자(Agent)로서 요구되는 각종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개념과 조건 위에서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모든 대통령들을 냉혹하게, 그러나 균형잡힌 시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4가지 자질을 언급하면서 가장 먼저 꼽은 것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였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급속한 세계화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통해 평등과 참여가 시대정신으로까지 고양된 현실에서 살고 있다”며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논리를 국가 운영의 최고원리로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한 이회창씨, 박근혜와 안철수 후보를 거쳐 이제 그는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와 마주하고 있다. 문재인과 윤여준 두 사람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대목에서 서로 뜻이 통한 것일까? 공교롭게도 문재인은 “인간이 먼저다”라고 외치고 있다.

 

문재인 권력의지 높이 평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그의 평가는 어떨까?

문재인 후보가 직접 전화를 해 2시간 동안 만나 대화를 나눈 뒤 마음이 움직였다는 그는 “문재인 후보의 특별한 한두 마디에 마음이 움직인 것은 아니다”며 “권력은 악마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문재인 후보를 만나기 전에는, 권력자가 되기에는 다소 나약하고 중심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만나 보니 사람을 잘못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권력욕과 권력의지는 다른 것이고, 권력의지에는 신념과 책임의식이 뒤따르는 법인데 문재인 후보는 이와 관련해 깊은 고민과 함께 책임의식이 강하고 단단히 각오를 다진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제 그에게 주사위는 던져졌다. 단순히 프로야구식 승률로만 따지면, 윤여준이 보좌했던 지도자나 대통령 후보들의 ‘성공 혹은 승률’ 자체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이런 독특한 경험에 비추어볼 때 후보 단일화의 상대인 안철수 후보에 이어, 단일화에 성공한 뒤 다시 박근혜 후보를 상대해야 하는 문재인 후보가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문 후보의 몫이다.

신학림 : 전 <코리아타임스> 기자,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2003~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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