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7 21:01 수정 : 2012.12.27 21:59

김종인 전 보사부 장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왼쪽부터). 이들은 각각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의 책사 역할을 맡음으로써, 그동안 서로 복잡하게 얽혀온 관계의 가닥을 또다시 잡아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이종근 기자, 한겨레 자료

21세기 들어 세 번째 열리는 대통령 선거가 꼭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른바 대세론으로 줄곧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을 여유 있게(?) 앞서가는 것으로 보였던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 2030세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혜성같이 등장한 전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 안철수 후보. 이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올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한국판 삼국지’가 되었다. 선거에는 전략가들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후보들 못지않게 이들의 등장과 역할도 흥미를 끈다. 이른바 ‘책사들의 삼국지’를 통해 대통령 선거전을 미리 본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인 김종인(1940년생) 전 보사부 장관,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캠프의 윤여준(1939년생) 전 환경부 장관, 무소속 안철수 캠프의 이헌재(1944년생)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윤여준과 이헌재 두 사람은 각각 캠프에서 현재(10월 16일) 공식 직함이 주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세 참모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에서 이들의 약력 중 편의상 장관 직책 하나만 소개했지만, 단순히 장관 경력만으로 이 세 참모들의 참모습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은 한 군데도 경험하기 어려운 청와대·행정부·의회·경제 분야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캠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각별한 관심과 흥미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사람 각각의 인생 역정 자체도 그렇지만, 공통점과 차이점이 흥미를 끈다. 우선 공통점을 보자.

첫째, 인생을 마무리하거나 정리할 비슷한 나이에 ‘돌고 돌아’ 대통령 후보들의 책사가 되겠다고 나선 점이다.

둘째, 이들은 속된 표현으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사실이다.

셋째, 더욱 흥미를 끄는 공통점은 경쟁관계에 있는 후보들과의 직간접적인 관계 등으로 ‘상대를 너무 잘 안다’는 사실이다.

넷째, 이들이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후보의 이념이나 노선, 다시 말해 좌·우, 보수·진보와는 별개로, 이들은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본인들의 인생 역정과 환경, 스스로의 평가와 언행, 인적 네트워크, 언론과 주변의 평가 등을 종합해볼 때 이들의 성향을 굳이 한마디로 규정하라면, ‘중도 보수’ 혹은 ‘합리적 보수’라고 할 수 있다.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좌·우 혹은 보수·진보 중 어느 한쪽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거니와 부정확하기 쉽다. 사안별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아주 진보적인 사람도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할 때, 이 세 책사들의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향과는 별개로 이들이 지향하거나 추구하는 정책이나 제안들 중에는 상당히 진보적이거나 좌파 정당이 추진할 법한 내용들도 눈에 띈다.

다섯째, 여기서 언급한 세 후보의 출신 지역은 모두 영남지역인 데 반해, 책사들인 김종인·윤여준·이헌재의 출신지는 서울과 충남이다.

여섯째, 이 세 책사들이 현재 캠프나 정당에서 주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이들의 경력이나 출신 지역과 무관치 않다.

이들 사이에 차이점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무소속 안철수 캠프의 이헌재 전 부총리는 경제 전문가로 분류되지만, 민주당 문재인 캠프의 윤여준 전 장관은 경제 전문가라기보다 정치와 선거 전반에 걸친 전략가로 볼 수 있다.

경제 정책의 입안과 실천 등을 통해 독보적인 경험을 가졌다는 점에서 김종인과 이헌재는 공통점이 있으나, 한꺼풀 벗기고 보면 역할과 태도의 차이가 확연하다.

김종인 위원장은 박정희 정부의 의료보험제 도입과 세제 개편 작업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참여한 이래, 전두환과 노태우 정부 때도 공식 혹은 비공식으로 경제 참모 역할을 했다. 특히 그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의 근거이자 기초인 헌법 제119조 2항의 도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반면, 이헌재 전 부총리는 김우중 회장이 설립한 대우그룹에서 일하는 등 업계에서도 경험을 쌓았고, 1997년 12월 외환위기가 몰고 온 ‘국가 부도’ 위기에서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실무기획단장을 맡아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대기업의 빅딜 등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경제참모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김종인이 의료보험 도입과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 도입 등 경제의 큰 틀을 기획하거나 방향을 정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반면, 이헌재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큰 방향이 정해진 경제정책을 실무적으로 집행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한편, 윤여준은 재외공관 공보관을 거쳐, 국회의장, 대통령, 정무장관의 공보(수석), 의전, 정무비서관뿐만 아니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부장의 특별보좌관을 지내는 등 주로 정무와 공보 참모 경험이 풍부하다. 그러다 김영삼 정부의 환경부 장관을 거친 후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두 차례나 지냈으며, 이회창 총재 밑에서 총선과 대선을 기획했다. 그는 이런 다양하고 풍부한 공보, 정무, 선거기획 등의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대통령의 자격>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세 책사들의 경험에 비추어 이들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캠프에서나 대통령 선거 이후에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역할과 기능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Devils are in the details)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각 선거 캠프 참모들 사이의 역학관계 등에 비추어 이들이 맡게 될 역할과 관련, 한계도 예상해볼 수 있다.

신학림 : 전 <코리아타임스> 기자,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2003~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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