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7 23:53 수정 : 2012.12.28 00:02

초등학교 시절 내내, 3월 2일 개학날은 견디기 힘들었다.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출석부를 부를 때 내 이름이 들리는 순간 교실 여기저기서 숨죽인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선생님도 내 얼굴을 한 번 더 확인하고는 “이름만 보고 남잔 줄 알았네”라고 빼놓지 않고 덧붙이는 순간, 그렇게 단 몇 초간이라도 교실의 모든 관심이 나에게 집중되는 순간은 전혀 자랑스럽지 않았다. 고통이고 수치였다. 놀랍게도 인터뷰 도중 공지영에게서 나와 유사한 기억의 한 구절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아웃스탠딩’(Outstanding)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인터뷰 초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탐색용 질문을 던지며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공지영에게 “빈민촌에서 가장 잘사는 집 딸이라는 게 힘들었고, 그다음 여의도로 이사 가선 너무 잘사는 집 애들과는 또 잘 어울리지 못했던” 기억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사립초등학교 입학식 첫날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출석부를 내려놓고는 “공지영 어디 있어? 일어나봐”라고 불렀다고 한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용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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