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7 23:56 수정 : 2012.12.28 00:01

표지 사진을 위한 스튜디오 촬영 일정을 잡아야 했다. 공지영 작가의 스케줄은 전국구로 빼곡했다. 그래도 오며 가며 시간과 동선이 맞아떨어질 때가 있으려니 했고, 따져보니 실제로 몇 군데 틈새가 확인됐다. 그런데 그녀의 기준은 달랐다.

 “그럼 메이크업을 할 시간이 없어요.”

 사진기자 박승화에게 “스튜디오에 오시면 메이크업할 수 있나?”라고 묻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제가 하는 데서만 해요.”

 스튜디오 촬영 일정이 마감에 임박해 겨우 잡혔다. 그러고도 이틀 뒤 다시 전화가 왔다.

 “오늘 신간 기자간담회 하는데, 화장하고 의상이 아주 맘에 들어요.”

 박승화 기자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출사를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내 역할은 공 작가 집까지 두 필자와 촬영팀을 데리고 가는 로드 매니저였다. 나는 유능한 매니저이고 싶었다. 인터뷰를 엿보다 중간중간에 끼어들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슬랩스틱을 시도했다. 결과는 번번이 의도를 배반했고, 젊은 두 인터뷰어들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내 오지랖 넓음이 전혀 쓸모없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지금은 젊은 축들에게 부정적인 맥락으로 쓰이는 ‘386’은 그녀와 나 사이에 적당하게 걸친 호명이었고, 나는 개중 그녀에게 내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경험치가 있었다. (그녀는 1986년을 기점으로 앞뒤가 확연히 다르다고 했는데, 내가 그해에 딱 걸려 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안영춘편집장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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