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7 23:43 수정 : 2012.12.27 23:44

노무현은 잉여였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정치인’들에 비해 재산도 적고, 학벌이나 인맥도 없으면서, 정파 놀음이나 정치공학에도 능하지 못했던 그다. 심지어 다분히 정략적인 검찰의 공세에 의해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했으니 그에게서 ‘상대적’ 약자의 설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한 국가의 대통령이었다. 대기업의 회장도, 대한민국 1%의 엘리트도, 인기 절정의 연예인이나, 공중부양을 하는 도인도 마음대로 될 수 없는 대통령 말이다. 그는 잉여이기는커녕 평범한 사람들이 몇 번을 환생해도 오를 수 없는 지위에 올랐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잉여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를 대통령 노무현으로 시작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정확히 말해 내가 관심 있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잉여적 ‘정치’의 행방이다. 그리고 그는 정확하게 그 전선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는 기적적으로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위상의 변화를 겪었다.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할 뻔했는가 하면, 임기 말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와 함께 최악에 가까운 지지율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그가 퇴임한 후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는 압도적인 패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었다. 2008년 촛불시위에 즈음해, 낙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밀짚모자를 쓰고 봉하마을을 돌아다니는 자연인 노무현을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한때 만악의 근원이었던 그는 촛불 정국과 함께 폭발한 반MB 정서의 옹립을 받으며, ‘노간지’(간지는 ‘멋있다’나 ‘쿨하다’ 정도의 뜻을 갖는 속어로, 일본어에서 유래했으나 뜻은 다르다)로 등극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태섭 문화평론가

관련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