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9 02:49 수정 : 2012.12.29 02:49

자녀를 중산층으로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중산층이 되기에 충분한 자산을 증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산층이 될 수 있는 다른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자산이 아니라면 직업이다. 충분한 자산을 가진 가계는 드물다. 대다수 부모들은 그래서 교육을 선택했다. 가계의 자산은 과거로부터의 결과이지만, 교육의 성과는 노력으로 열어가는 미래다. 문제는 중산층 진입을 약속하는 직업군 역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관문이자 결정적 관문인 명문대 입학이 가시적 목표가 되었다.

 서울의 강남 8학군은 평준화가 확대되는 공교육 현실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가장 경쟁적인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새로 조성된 강남에 강북의 명문 고등학교가 대거 이전했으며, 강남 중산층은 강남과 함께 성장하며 ‘사교육의 중심’, 대치동을 만들었다. 명문대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한 경쟁은 더 많은 투자를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서로를 참조하며 군비 경쟁을 하듯 자녀들의 과외와 학원 수강을 늘려갔다. 점점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

 소득이 충분하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는 가장의 이른 퇴직을 요구했다. 막대한 부채와 정부 지원을 통해 고용과 투자를 늘려 성장해온 기업들은 당장 빚을 갚는 데 주력해야 했다. 기업의 투자는 더 이상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가계는 기업 대신 인간에 투자해 납품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사교육 혹은 유학이 대안이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은 부모의 투자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래도 중산층 가정에는 한 가지 희망이 남아 있었다. 자산 가격 상승이었다. 외환위기의 충격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금융완화 정책은 자산 가격 상승을 불러왔고, 특히 아파트 가격 상승이 그랬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키드의 생애 기획팀/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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