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6 22:32 수정 : 2013.05.07 10:52

“취재하러 그날 꼭 오셔야 하나요?”

“아… 예. 왜 그러시죠?”

“비가 올 거라고 해서요. 회원들이 사진 예쁘게 안 나올까봐 걱정하네요.(웃음)”

‘과천 아리 여성축구단’(이하 아리축구단)을 이끄는 주현정(31) 코치가 선수들의 ‘염려’를 대신 전했다. 축구하는 ‘여자들’을 취재하러 간다는 사실이 새삼 뇌리를 스쳤다. 빗줄기가 너무 세지 않으면 연습이나 시합을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축축하게 젖은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고 싶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지난 4월 11일, 일기예보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냉큼 서울 관악구민운동장으로 달려갔다. 여자들은 군대나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기겁을 한다는데, 매일 축구공을 차는 ‘언니들’이 있다니!

이날은 아리축구단이 동작·관악구 여성축구단과 친선경기를 하는 날이다. 과천 선수로선 ‘원정경기’를 뛰러 온 셈이다. 운동장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삼삼오오 선수들이 차량에서 내리고 있었다. 운동복에 모자를 눌러쓴 언니들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발랄해 보였다. 개중에는 모녀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작구 팀의 30대 딸과 60대 엄마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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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명의 아리축구단 선수들이 몸풀기를 시작했다. 언니들의 ‘폭풍 수다’도 뒤따른다.

“어라, 진희씨! 머리 모양이 좀 달라진 거 같네.”

“네, 미용실 다녀왔어요.”

“어쩐지!”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는지 주 코치가 말문을 연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우아한 포즈로 하시네.(웃음)” 카메라를 의식한 채 ‘예쁘게’ 몸풀기를 하는 언니들 사이에서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연신 터져 나온다.

시간이 좀더 흐르자, 구단별 벤치에선 슬금슬금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친선경기는 전·후반 구분 없이 25분 동안 치러진다. 대신 전국대회에서는 전·후반 25분씩 뛰어야 한다. 아줌마 선수들의 체력을 배려한 시간 설정이다. 호각이 울리고 동작구 여성축구단과의 경기가 시작됐다. 아! 5분 만에 한 골을 먹었다. 공격에 집중하다 수비선이 뚫린 과천 골대로 한 덩치 큰 선수가 질주해오면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동작팀 23번 선수 보이죠? 하키 선수 출신이래요. 진짜 빠르지 않아요? 저기 15번도 축구 선수 출신이죠. 우리 팀은 코치 외에 전부 순수 아마추어라서….”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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