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7 01:16 수정 : 2013.05.07 10:52

종합격투기에 나서는 선수와 부상은 ‘적과의 동침’ 같다. 격투기는 부상이 항상 따라다닌다. 링이나 케이지 위에서 부닥치고 찢기고 부러지는 게 다반사이다. 종목의 특성이 이러다 보니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해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그래서 격투기 이벤트에서 링 닥터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종합격투기대회에서 가장 잦게 발생하는 부상은 찰과상(오픈핑거 글러브의 솔기가 살을 스치면서 생기는 부상), 커팅(눈 위쪽이 찢어지거나 하는 안면 창상), 중수골·수지골 골절(파운딩 등 상대를 주먹으로 가격하다 손등 또는 손가락의 뼈가 부러지는 부상), 인대손상(관절기 중 암바·니바 등 관절을 펴거나 늘리는 공격을 시전할 때 발생), 안와골절(타격의 충격으로 눈 주변 뼈의 골절 또는 함몰) 등이다. 경기 후 부상으로는 뇌 손상 우려가 있는 부상(파운딩 등의 충격이나 두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난 뒤의 메스꺼움 등 가벼운 뇌진탕 증세 포함) 등에 대한 체크와 케어가 꾸준히 필요하다.

이런 부상은 대부분 경기 이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커팅은 경기 진행 여부를 판가름하는 부상이기 때문에 경기 도중 바로 조처를 취해야 하고, 링 닥터를 투입해 경기 가능 여부를 진단한다. 이를 위해 현장에는 정형외과·안과·외과 계열의 의사가 필요하다.

경기 도중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당하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경기장에는 항상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KO승 위해 경기 전 ‘메디컬 OK’ 필수

링 닥터의 경기 전 업무는 일단 선수들의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인데, 실질적인 진찰과 문진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현재 몸 상태가 경기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주최 쪽에 고지하는 업무가 첫 번째다. 또한 이때의 몸 상태를 기준으로, 추후 경기에서 생기는 부상으로 인해 경기 전과 경기 도중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비교 확인하는 데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부상을 숨기는 선수들이 꽤 있다. 경기 직전에 부상당한 경우인데, 부상 상태를 인지하지 못해 단순히 컨디션이 안 좋거나 단순하게 잠을 못 자서 생긴 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출장 기회가 많지 않은 종합격투기 선수는 사소한 부상은 개의치 않고 경기에 나설 때가 많다. 선수가 사소한 부상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특히 허리나 무릎 등의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거나 안과적 부상이 있는 경우, 이를 숨긴다기보다는 늘 있던 증상으로 여겨 무시한다. 선수가 정말 몰라서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에 링 닥터가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천창욱 어려서 프로레슬링을 탐닉하면서 삶이란 피와 땀과 쇼가 뒤섞인 것임을 직감했다. 프로레슬링과 종합격투기 전문 해설자로 활약하면서, 최무배 선수를 한국인 최초로 프라이드(PRIDE)에 출전시키고, 김동현 선수를 UFC에 최초로 출전시키는 등 세컨드 활동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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