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는 무수한 도시들 [2014.04 제18호]
[탁기형의 생각 있는 풍경]
꽃은 매화와 산수유를 앞세워 전남 광양과 구례에서부터 피어오르고, 봄은 개화의 최전선을 타고 아랫녘에서 윗녘으로 번져오르는데, 내가 있는 이곳에는 꽃도 봄도 채 당도하지 않았다. 다만 바람이 척후처럼 먼저 스며 다가오는 본진의 징후를 퍼뜨리고 있을 뿐이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조급한 마음은 도심 빌딩 불빛에서 벚꽃 만발할 봄밤을 앞서 찾는다.
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