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03 10:06 수정 : 2014.07.03 11:13

한겨레 박미향
서울 하늘 아래 김씨, 이씨 다음으로 박씨가 많이 살지만, 박씨보다는 외국인이 더 많이 산다. 서울에서는 스무 명이 모인 곳이면 산술적으로 세 명의 대한민국 비국적자가 있다. 서울은 글로벌 시티(Global City)를 넘어 이미 코즈모폴리스(Cosmopolis)로 가고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라는 이분법은 더 이상 통약 불가능한 범주 구분이다. 백인이면 으레 미국인이라고 여기던 인식은 낡은 유물이 되었다. 피부색 같은 겉모습만 다양해진 게 아니다. 외국인들 사이의 정체성 차이가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그것보다 외려 멀다.

외국인들은 이 도시에 그저 스미지 않고 스스로 공간을 점유하고 재구성한다. 서래마을과 연변마을은 외국인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구축한 상징적 공간인데, 두 마을은 한국인들의 계급적 공간 분할선 위에서 그 차이를 더 도드라지게 재현하고 있다.

서울 안에서의 동선도 전혀 다르다. 그들은 서로 엇갈린다. 공적 공간에서 마주칠 기회는 거의 없다. 그것의 의미는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다. 한국인 내부의 차별이 확대재생산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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