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04 13:30 수정 : 2013.11.04 13:30

박경석은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이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 아는 이들도 그를 교육자로 기억하지는 않는다. 그의 모습은 아스팔트 한가운데서, 지하철 선로 위에서, 그리고 국가기관 로비에서 주로 목격됐다. 그는 이동권을 비롯해 장애인의 기본 인권과 복지를 요구하며 거기에 눌어붙곤 했다. 때로는 격한 분노의 표정으로, 때로는 만화영화 속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빛으로.

박경석은 장애인-인권운동가다. 그의 요구는 늘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비장애인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싸늘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그가 외치고 드러눕고 나면 마침내 현실이 되곤 했다. 장애인들은 그때마다 행복하게 웃었다. 비장애인들도 어느새 바뀐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리고 새로운 현실이 정작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듯이 함께 누리고 있다.

노들장애인야학 개교 20주년, 박경석은 더는 장애인-인권운동가가 아니다. 국가와 자본에 맞서 최전선에 서 있는 전방위 활동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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