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06 13:07 수정 : 2013.06.14 10:50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항공 승무원입니다.1 전날 프랑스 파리까지 비행을 다녀오느라 많이 피곤하네요. 여기, 눈 밑에 다크서클 생긴 거 보이시나요? 원래는 오늘 오전에 헬스장을 다녀와야 하는데 자느라 가지 못했어요. 체력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라 쉬는 날은 반드시 운동해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근무 경력이 꽤 되지만 ‘시차 극복’은 여전히 힘겹습니 다. 10시간 이상 비행하는 유럽이나 미주 지역을 다녀오면 이틀을 쉬고요, 동남아같이 가까운 지역을 다녀오면 하루 만 쉬는 식이에요.

음… 그나저나 오늘 저에게 듣고 싶은 얘기가 뭔지 대충 짐작이 가네요. 일명 ‘라면 상무’ 사건이 궁금한 거죠? 저 희도 비행을 떠나 있는 도중에 뉴스를 접하게 됐어요. 언론에선 난리가 났지만, 저희들끼리 반응은 딱 두 가지뿐이었 어요.

“(승객에게 폭행당한) 그 승무원 어떡하냐.”, “캐빈 리포트(승무원 사건일지) 유출자 색출하려고 또 사람 잡겠네!”

당시 사건 내용에 대해선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는 이야깁니다. 왜냐고요? 그 임원이 승무원을 폭행하지만 않았더라도 별 문제 없이 넘어갔을 만한 일이니까요. 그랬다면 리포트만 쓰고 말았을 거예요. 한마디로 말해서 저희는 승객과 어떤 트러블이 생기더라도 무조건 ‘우리 잘못’이기 때문에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회사에 아무리 울면서 사정을 말해봐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저희들 내부에선 ‘그분’(라면 상무)에 대한 정보가 이미 있었어요. 일부에선 임원된 지 얼마 안 돼서 비즈니스석 처음 탄 거라고 하시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 전에도 승무원 불러다 1시간씩 ‘훈계’한 적이 있는 ‘유명한’ 분이거든요.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1 이 기사는 지난 5월 7일 <나·들>이 만난 대한항공 여승무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해 작성했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