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06 12:00 수정 : 2013.06.12 10:48

10년 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서 우연히 본 희한한 아가씨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개와 함께, 개털과 똑같은 색깔의 모피 코트를 입은 그 아가씨는 나와 목적지가 같았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나를 보자마자 작가이냐고, 개를 키우냐고 묻던 그 아가씨가 10년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도대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녀는 바로 국내 최초 ‘연예인형 아티스트’ 낸시랭이다. ‘연예인인가, 아티스트인가?’ 하고 물을 때마다 낸시가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연예인과 아티스트를 구별하려고 한다. 그 심리에는 대상을 고정관념으로 묶어 손쉽게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을 터. 그 의도에 말려들면 재미없다. 디자인 평론가 최범은 낸시랭의 정체성이 바로 “연예인인지 아티스트인지 헷갈리게 하는 것”이라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에 그의 존재 자체가 미덕”이라고 말했다. 경직된 한국 사회의 관용지수를 나타내는 일종의 지표가 낸시라고 할까.

낸시랭이 점점 더 한국 사회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그녀는 며칠 전 프랑스 언론(<카날플뤼> TV)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란 물음에 “그건 바로 나”라고 답했다. 우문현답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질문을 낸시에게 하는 것도 웃기지만, 대답도 참으로 그럴듯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낸시랭이란 문제지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대선을 거치며 그녀가 ‘친노종북’ 세력의 아이콘으로 지목되면서, 이른바 지식인층들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며 한마디씩 거드는 분위기니 말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강영민 팝아티스트. 문화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 활동을 해 온 팝아티스트이자 기획자이다. 6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낸시랭의 UK프로젝트> <내정간섭 전> <강남친구들 전> 등을 기획했다. ‘박정희와 팝아트투어’, ‘5·18과 팝아트투어’ 등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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