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6 23:25 수정 : 2013.05.07 10:52

김연아 선수는 2년의 공백을 딛고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우승했다. 내년 2월 소치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피겨의 강호인가? 그녀가 피겨 120년 역사의 전설 가운데 하나라는 데는 전세계 누구도 이견이 없지만, 그녀가 은퇴하고 나면 다른 한국 선수가 영광을 이어갈 거라고 믿는 건 대단한 착각이다. 냉정하게 말해, 김연아 선수의 활약은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은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이후 김연아 선수에게 쏟아진 찬사와 이후 그녀가 스포츠 외교가에서 맹활약하던 시절, 우리 언론은 ‘연아 키즈’가 늘어나고 피겨도 발전하고 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어린이들은 김연아 선수를 보며 스케이트를 신기 시작하고, 이미 선수인 후배들은 김연아 선수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정작 어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현실을 알려고도, 알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피겨 선수들이 어떤 환경에 있는지, 어린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왜 선수들이 대학생 이후엔 거의 없는지, 왜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한창 젊은 만 22살의 김연아 선수가 은퇴를 말하는지, 언론도 정부도 애써 말하려 하지 않는다.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피겨 유망주들이 늘고 있지만, 빙상장 등 시설문제가 답보상태에 놓이면서 중도에 탈락하는 피겨 선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겨레 박승화 기자
전용 연습장 없어 이쪽저쪽 떠돌아

우리나라에 실내 빙상장은 수도권에 15곳, 지방에 16곳으로 모두 31곳이 있다. 2009년 이후 신규 개장한 빙상장은 유앤아이 빙상장(경기도 화성시 소재)이 유일하다. 피겨 선수 90%가 수도권에서 학교를 다니는지라 지방의 빙상장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수도권 15곳 중 대다수가 노후하거나 빙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표1>

빙상장은 피겨 선수뿐 아니라 아이스하키 선수나 동호회, 쇼트트랙 선수도 같이 사용한다. 하지만 수익을 위해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이라 선수들이 원하는 빙질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나마 훈련 수준의 빙질을 갖춘 5~6개 빙상장에 선수들이 몰린다. 보통 같은 코치의 지도를 받는 선수들이 한팀이 되어 일반인이 오지 않는 시간대를 빌린다. 이런 경우 다른 코치의 팀이 같은 시간대에서 동시에 30~40명이 탄다. 비싼 대관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빙상장으로서는 일반인 개장이나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 일반 동호회가 더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어린 피겨 선수들은 새벽이나 저녁 늦게, 그것도 빙상장이 비는 곳을 찾아 이곳 저곳 옮겨 다녀야 한다. 보통 한 번 이동하려면 30분~2시간이 걸린다. 선수들의 연습 시간은 대체로 밤 11시에 끝난다. 보통의 어린 초등학교 선수들도 그렇다. 외국에서 피겨를 타다 국내로 들어온 한 선수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외국에 있을 때보다 첫해 성적이 좋지 못했다. 외국에서는 신체 활동에 가장 유리한 낮 시간에 학교 근처 빙상장에서 훈련하는데, 한국에선 오랜 시간 이동에다 아침 일찍 혹은 밤늦게 피겨를 타니 신체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한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송두헌 용인 송담대 컴퓨터게임과 교수. 한국모바일학회 부회장, 한국멀티미디어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1985년부터 피겨 시청을 즐겼고, 미국 유학 10년간 명멸하는 피겨 스타들을 보아왔다. 2009년부터 피겨 블로그 ‘해맑은아찌수다방’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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