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04 13:56 수정 : 2014.06.13 13:36

‘EPB’와 ‘모피아’. 지난 2월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로 신문 지면에 많이 오르내린 두 집단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되는 경제관료의 양대 축이니까요.

우선 용어부터 설명할게요. EPB는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를 일컫는 말입니다. 경제기획원(Economic Planning Board)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EPB가 됐어요. 모피아(Mofia)는 재무부(Ministry of Finance)의 MOF와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말입니다. 뭔가 부정적 뉘앙스가 느껴진다고요? 그럴 수도 있어요. 서로 끈끈한 인맥으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핵심 요직을 장악해온 데서 나온 말이니까요.

1994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정책 기능은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맡았답니다. 경제기획원이 기획과 예산을, 재무부가 금융과 세제를 다뤘다고 보면 돼요. 기획이라고 하면 좀 낯선 감이 있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걸 이끈 곳이라고 하면 좀더 쉽게 이해될 겁니다.

경제 관료들에게 EPB냐, 모피아냐 하는 출신 성분은 학벌·지연을 넘어서는 중요한 꼬리표가 돼요. 이들은 1961년 경제기획원이 생긴 이후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되기까지 무려 33년 동안 라이벌 관계로 으르렁거려왔기 때문입니다. 양쪽은 업무 스타일과 성향, 조직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는 큰 관심사가 되었어요.

박근혜 정부에서는 ‘EPB가 뜨고 모피아가 진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죠.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청와대의 조원동 경제수석·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홍남기 국정과제비서관 등이 모두 EPB 출신이거든요.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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