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5 02:11 수정 : 2013.02.05 02:11

4년차 미용실 ‘중상’ 스탭 고승환(가명)씨가 손바닥을 펴 보였다. 한국 나이로 갓 스물이 된 그는 최근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지문이 잘 찍히지 않아 적잖이 고생을 했다. 한겨레 박승화
요즘 미용실은 그저 머리를 자르거나,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는 공간이 아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미용실은 카페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하고, ‘고객님’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접 내린 원두커피나 바로 우려낸 차, 간단한 다과 제공은 기본이다. 이를 위해 고가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구비한 곳도 있다. 대기 시간 동안 무료하지 않도록 각종 책과 잡지, 만화책을 갖춰놓고, 게임과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태블릿PC도 준비해둔다. 머리 감을 때 두피와 뒷목을 마사지해주는 데도 있다. 미용실 직원들은 행여나 ‘고객님’이 불편할까봐, 머리를 감길 때 물 온도까지 일일이 의사를 묻고, ‘고객님’의 시선 처리가 곤란하거나 물이 튈까봐 안대를 해주기도 한다. 미용실은 몇몇 미용실의 이름처럼 정말 ‘살롱’ 같은 고급스러운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고객의 옷을 받아 걸고, 가운을 입히고, 머리를 감기고, 두피 마사지를 하고, 머리 물기를 털고, 디자이너가 머리를 만질 때 스펀지로 얼굴에 묻은 머리카락을 얌전히 털어준다. 염색약이나 중화제를 바르고 나면 커피나 차, 책과 잡지를 갖다주며, 머리 손질이 끝난 고객의 머리를 다시 감긴 후 말리고, 가운을 벗기고 옷을 입혀준다. 이런 일은 미용실이 점점 고급화할수록, 맡아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미용실 ‘스탭’(보조 미용사)이 한다.

지난 1월 15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승환(가명·19)씨는 프랜차이즈 미용실 스탭 가운데 한 명이다. 고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손을 내보였다. 미용실 스탭으로 제일 고생스러운 게 어떤 거냐고 물었더니, 말없이 대뜸 손바닥을 내민다. 그의 손가락 끝은 반질반질했다. 눈을 가까이 가져가도 지문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드니 그가 웃으며 답했다. “지문이 잘 안 보이죠? 닳아 없어져서 그래요.”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재훈기자 nang@hani.co.kr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