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9 02:16 수정 : 2012.12.29 02:20

“제 점수요? 얼마 전에 27만 점 냈어요.”

 ‘국민게임’ 신드롬을 일으킨 ‘애니팡’의 개발자 이정웅(31) 선데이토즈 대표가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의외였다. 못해도 50만 점 이상, 아니 100만 점은 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했더니 곧바로 점수가 떴다. 그의 순위는 26만 점인 기자의 바로 위였다. “원래 개발자들이 게임을 더 못하는 거 모르시나 보네.(웃음) 원래는 21만 점이었는데 좀 창피한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했더니 27만 점까지 올라갔어요. 특히 애니팡은 여자들이 훨씬 점수가 잘 나오더라고요.”

 애니팡은 강아지·고양이·원숭이 등 동물 모양 블록을 3개씩 맞춰 팡팡 터뜨려 없애는 모바일 게임이다. 지난 7월 30일,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선보인 이후 다운로드가 2천만 건을 넘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3천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깔 사람은 다 깔았다”고 업계는 본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만 1천만 명, 최대 동시 접속자 수도 300만 명에 이른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손가락을 아래 위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애니팡 신드롬’이 빚어낸 풍경이다. 오죽하면 국회에서 애니팡을 즐기던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의 모습이 사진기자의 앵글에 잡혔을까.

 국민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공략한 계층은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논게이머’(Non-gamer)들이었다. 10~20대가 기본으로 까는 이용자가 될 거라고 예상한 반면 30대 이상, 특히 여성이 새로운 시장이 된 셈이다. 순간 기자의 머릿속으로 ‘아, 나였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기존 게임시장은 국내외 모두 한정돼 있어요. 온라인 게임이 정체기를 맞은 것도,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게임은 공급 과잉이어서 돌려먹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거든요.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면 논게이머 시장을 치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봤어요.”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