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06 12:56 수정 : 2013.08.08 18:08

①한번쯤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싶다.

②사소한 일도 자꾸 돌아보게 되고 후회하게 된다.

③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꾸 반복적인 갈등이 생긴다.

④나는 상처를 쉽게 받는 편이다.

⑤주위 사람들이 나를 껄끄러워하는 것 같다.

⑥나만큼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⑦무기력하고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 든다.

일찌감치 ‘심리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자기 성찰을 통해 가정과 기업에서 불거지는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짬을 내서 체크해보시라. 3개 문항 이상에 해당된다면 권하고 싶은 심리 검사가 하나 있다.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의 ‘내 마음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전폭적 지지와 투자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마인드프리즘의 정혜신(49·정신과 전문의) 대표와 김범수 의장은 지난 6월 26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2013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 한게임과 NHN 창업자로 이미 30대에 ‘벤처의 신화’로 불린 김 의장이 심리치유 전도사로 나서면서 ‘내 마음 보고서’에 대한 관심도 한층 커지고 있다.

2004년 설립된 마인드프리즘은 국내 최초로 기업의 ‘심리경영’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동안 대기업 임원 등 1200명가량이 1인당 500만 원 상당의 SE(Self-encounter·자기와의 대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해 좀더 저렴한 비용에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도록 개발된 ‘내 마음 보고서’를 받아본 이들도 7천 명에 육박한다.

지난 7월 15일 서울 역삼동 마인드프리즘 사무실에서 정혜신 대표를 만났다. 그와 인터뷰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있다. 나의 ‘내 마음 보고서’를 들고 가야 한다.

‘내 마음 보고서’는 심리 분석 진단서다. 8만 원을 내면 우편으로 검사지를 보내준다. 질문 형태는 다양했다. 살면서 가장 강렬했던 사건을 고르게 하거나 즉석에서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게 하는가 하면, 서술어가 비어 있는 문장을 완성하게 한다. 성격과 성향을 묻는 567개의 객관식 문항에도 답해야 한다. 모두 끝내고 나니 1시간 30분쯤 걸렸다.

MRI 찍듯 정교하게 보는 내 마음

검사지를 보내고 며칠이 지나자 책 한 권이 배달됐다. ‘어느새 이곳, 황보연’이란 제목이 달려 있다. ‘나는 누구인가’, ‘그래서 나는 그렇다’, ‘나 어때?’, ‘나를 위한 선물, 심리처방전’ 등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나에 대한 분석으로 가득했다.

“현재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기보다 통제하는 쪽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마치 ‘심리적 투구’를 쓰고 있는 듯한 형국입니다.”

나를 드러내는 심리 코드 5가지 가운데 하나다. 평소 전혀 느끼지 못한 면은 아니지만 객관화해서 보여준 내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문구는 단정적이지 않다. 심리 코드를 소개할 때마다 ‘이런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말로 시작되는 또 다른 분석이 뒤따른다. 내 스트레스 수준까지 확인하고 나면 위로와 공감을 주는 한 편의 시를 만나게 된다.

나에게는 조병화 시인의 ‘오산 인터체인지’가 처방됐다. 책 제목에 나오는 문구인 ‘어느새 이곳’도 이 시의 한 구절이다. 정 대표는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의학적 접근이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접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한 예가 맞춤처방시”라며 “‘내 마음 보고서’의 책 모양을 시집과 유사하게 만든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마인드프리즘은 시 선정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다. 적절한 시를 처방하기 위해 검토된 시가 4만여 편에 이른다.

‘내 마음 보고서’는 마인드프리즘이 특허를 받은 독창적 분석 기법에 의해 이루어진다. 검사지의 일부 문항은 정신과에서 많이 쓰는 ‘다면적 인성검사’(MMPI)의 검사 도구가 활용된다. 하지만 일반 심리 검사는 사람들을 유형화해 분류하는 반면, 이 보고서는 한 사람 한사람을 고유한 개별자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개인의 마음을 MRI(자기공명영상) 찍듯이 정교하게 바라본다고 할까요.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라는 데서 출발해요. 사람을 집단적으로만 보기 시작하면 개별성이 뭉개지거든요. ‘내 마음 보고서’에 나온 분석의 40%는 사람(심리분석가)의 손길을 거쳐서 나옵니다.”

‘내 마음’을 아는 것은 왜 중요한 걸까. 정 대표는 “자기 성찰을 해야 관계가 보인다”고 강조한다.

“사람한테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다 마음이 있거든요. 스트레스 가운데 독성이 가장 강한 것이 사람 스트레스입니다. 그동안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스트레스를 주고 살아왔어요. 보이지 않으니까 몰랐던 거죠. 우리 사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너무 경쟁이 치열했어요. 마음을 헤아릴 여유도 없었지요. 관심 가져야 할 시기가 너무 늦춰진 겁니다.”

국내 기업들이 마인드프리즘의 SE 프로그램에 관심 갖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무렵이다.

“외국에서는 기업이 중요한 임원을 영입할 때 심리 진단을 많이 해요. ‘열심히 잘 하겠다’는 다짐과는 별개로 사람의 마음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들이 있거든요. 그런 문제를 이미 감지하고 있다는 거죠. 건강검진 서류를 제출하는 것처럼 특정 기관에 가서 해오라는 주문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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