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8 01:49 수정 : 2012.12.28 01:49

‘기획’은 사람이다. 기획자도 사람이지만, 기획 자체가 사람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 소비하는 이들이 기획 의도를 몸으로 느낄 때, 그 기획은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흔치 않다. 기획이 상품화되고 나면 대부분 상품만 덩그맣게 남는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소비 단계에서 기획자는 보이지 않는다. 모든 기획 의도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나·들>은 기획자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기획’했다.

자본과 기업의 지배에 맞설 대안으로 ‘조합’을 떠올리는 사람은 ‘반체제적’이라기보다는 ‘몽상적’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생활협동조합’(생협)은 조합원들이 품앗이해 서로의 생활을 돕고, 그 정서를 사회적 시스템으로 확대해가는 게 목표다. 그러나 현실의 생협은 다르다. 사람들은 기대만큼 움직여주지 않는다. 오늘날 생협의 모습을 좀더 적확하게 표현한다면 ‘소비협동조합’이다. 조합에 속한 소비자의 먹거리 소비를 좀더 친환경적으로 혹은 더 저렴하게 만들어주는 매개 구실을 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1997년, 한국에서는 전국 생협의 60%가 파산해 사라질 만큼 절박한 위기를 맞았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원인은 간단했다. 조합원들이 조합을 통해 소비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지역 생협 활동을 하던 신성식(47) 현 아이쿱(iCOOP)생활협동조합 경영대표는 사람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고 했다.

 ‘조합원들이 조합 가입 출자금을 한 번 냈다고 해서 저절로 주인의식이 생기길 기대하는 것은 몽상이다. 다달이 돈을 내게 하자.’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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