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9 02:47 수정 : 2012.12.29 02:47

"이거 얼마예요?”

 “로쿠센엔데스.”(6천 원이요.)

 “5천 원, 5천 원. 싸게 싸게.”

 “노 바겐, 노 바겐. 이빠이데스네.”(세일 없어요. 적당한 가격입니다.)

 토요일 저녁 서울 명동 중앙길.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다닌다. 길 한복판 노점 좌판에 머리핀, 머리띠 등 각양각색 액세서리가 여성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두 볼이 유난히 발그레한 젊은 여성이 머리핀을 들고, 어색한 한국말로 값을 묻는다. 좌판 중앙 높은 단 위에

올라 손님과 눈을 맞춘 노점 주인은 망설임 없이 일본말로 대꾸한다. 일본 사람이 한국말로 흥정을 붙여오면 한국 사람이 일본말로 대답한다. 한국말, 일본말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섞인다. 문장이 아닌 단어들의 조합이 눈짓, 손짓과 함께 대화를 잇는다. 명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2~3년 전부터 명동 노점상 사이에 ‘발바닥’이라는 말이 돌았다. 20대 일본 여성을 부르는 그들만의 은어다. 한국 관광이 대중화하면서 명동을 찾는 일본 관광객 가운데 20~30대 여성이 주를 이룬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리 없는 그들은 발바닥에 땀나도록 돌아다

니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냥’한다.

노점에서는 값이 좀 나가더라도 질 좋고 세련된 ‘준명품’을 찾는다. 한국 사정에 밝고, 물건 값을 깎는 데도 익숙하다. 노점 주인에게 “오빠, 깎아주세요”라고 스스럼없이 농을 칠 정도로 한국말도 제법 유창하다. 일본 손님들에게 맞춰 노점은 노점대로 변화를 겪는다. 명품에 버금가는 ‘때깔’과 품질을 갖춘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젊은 여성들로 단골이 바뀌면서 나이 든 사람들 대신 패션 감각이 뛰어난 젊은 장사치들이 노점에 흘러든 지 오래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획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취재·사진 박종찬 <한겨레> 멀티미디어부문 제작2팀장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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