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8 02:40 수정 : 2012.12.28 02:41

1970년대에 시행한 대변검사 결과 우리나라 기생충 감염률은 84%였다. 대변검사로 나오지 않는 기생충도 꽤 많았으니, 당시 정치계를 좌우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도, 소위 3김씨도 기생충 감염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생충 감염률이 3% 수준으로 정착된 요즘엔 기생충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없으니,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생충 탐정 마태우스*가 ‘진실편충’을 만들어낸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편충은 길이가 3~5cm 정도의 귀여운 벌레로, 앞쪽 60% 정도가 채찍 모양이어서 편충이란 이름이 붙었다. ‘새디스트 중 편충 감염자가 많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도 있지만, 아무튼 진실편충은 마태우스가 편충을 훈련시켜 만들어낸 기생충과학의 결정체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 보이는 반응을 탐지해 그의 발언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아낸다.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세로토닌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 정상적인 사람의 세로토닌 농도가 100~300ng/mL라면 거짓말쟁이한테선 100 이하로 떨어진다. 마태우스는 이 농도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채찍을 휘두르는 편충을 만든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 진실편충은 대상자와 떨어져 있어도 혈중 세로토닌 농도를 측정할 수 있어 유용성이 크다.

 시험삼아 “헌금액수가 많으면 천당에 간다”고 주장하는 교회 목사 앞에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편충은 맹렬히 채찍을 휘둘렀다. “오빠 믿지?”라며 여자애를 ‘꼬시던’ 남자 앞에서도 어김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진실편충의 가치가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마태우스를 호출하기 시작했다. 거짓말탐지기와 달리 진실편충은 대상자 모르게 진실 여부를 알 수 있으니, 검찰이나 기자,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려는 부인 등에게 쓰임새가 많았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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