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06 13:25 수정 : 2014.06.13 13:33

問津문진 나루터는 어디인가? -‘미자’편 6장

1. 갈림길에서

서기전 489년경, 부함을 떠난 공자 일행은 남방의 평원을 가로질러 서북 쪽으로 회수(淮水)가 바라다보이는 언덕배기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강변으로 내려가 나루터에서 배를 타면 채나라 고도 상채(上蔡)로 가는 길에 접어든다. 그런데 전란 때문에 군대와 유민들이 어지럽게 오가서인지 나루터로 이어지는 원래 길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강 상류 쪽으로 난 길도 있고, 하 류 쪽을 향해 난 길도 있었다.

이쯤에서 나루터 가는 길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방향이 혼란스럽자 일행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먼 길을 온 피로를 풀면서 다른 여행자 들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듯했다.

나는 내려놓은 짐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생각할수록 실의의 여정이었다.

공자께서 노나라를 떠난 지 7년 여, 이미 이순(耳順)을 훌쩍 넘기셨건만 역정(歷程)은 실 패의 연속이었다. 모처럼 기대를 가지고 찾은 부함에서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자로’ 편 16장)의 순리를 설파했으나, 섭공(葉公) 심제량은 공자의 가르침을 실천의 덕목으로 삼기보 다는 교양과 치술(治術)의 측면에서 이해하려고 했다. 부함은 공자 일행에게 큰 좌절을 안겨주 었다. 자로는 섭공을 생각할 때마다 화가 치미는지 옆구리에 찬 칼자루를 쓰다듬었다.

일행은 하루빨리 채나라로 돌아가 잠시라도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싶었다. 제자들은 스승 앞에서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저마다 애를 썼다. 숲 속 새들의 지저귐도 그런 자신 들을 조롱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과연 선생님은 불가능한 일에 덤벼드는 무모한 사람인가?

혹시 우리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안연 곁으로 가 앉았다. 왠지 안연은 해답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안연님, 오늘따라 이 강을 건너는 것이 예사롭게만 여겨지지 않는군요.”

“자네도 그런가? 나도 마치 다른 세계로 가는 배를 기다리는 기분일세그려.”

2. 나루터를 찾는 사람들

‘다른 세계로 가는 배’라는 안연의 말에 나는 문득 도연명(陶淵明. 365~427)을 떠올렸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의 고사(故事)를 남긴 일사(逸士). 공자 사거 800여 년 뒤의 사람으로, 자 신을 종종 안연과 비교하며 공자의 이 유랑길을 흠모했던 은둔의 시인. 내가 살아서 그 시인이 그리워했던 안연을 마주하고 있을 줄이야…. 나는 잠시 무릉도원의 이상향을 찾은 어부 같은 기분에 휩싸여 안연에게 바싹 다가앉았다.

“안연님, 제가 조선에서 이상한 나루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 시겠습니까?”

무릉(武陵)이란 지방에 한 어부가 살았습니다.

어느 날 물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물길을 잃고 복숭아꽃이 만발한 이상한 숲 속을 헤매 다 숲 끝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산이 하나 있고 작은 동굴이 나 있었습니다. 배를 대고 걸어서 동굴을 통과하니 넓은 들이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모습이 여느 세상 사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부를 보자 놀란 그들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며 술과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낯선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이 몰려와 저마다 바깥세상 소식을 물었다지요. 그들은 중국의 전란을 피해 이곳으 로 들어온 뒤 다시 나간 적이 없어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조차 모르고 있더랍니다. 그곳은 사람 들이 철따라 곡식을 거두고 누에 실을 뽑아도 세금이 없고,

사계절이 순행하여 꾀를 부리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쉬며 한평생 즐겁고 화목하게 산다 합니다. 어부가 며칠을 더 묵은 뒤 돌아가려 하자, 마을 사람은 바깥세 상 사람들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어부는 동굴을 나와 배를 두고 온 길을 되짚어가면서 곳곳에 물길을 표시해두었답니다.

자기 마을로 돌아온 어부는 군수에게 그동안 겪은 일을 고했습니다. 군수는 곧 사람을 시 켜 어부가 표시한 곳을 따라가보도록 했으나 끝내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후 어느 고상한 선비가 이 이야기를 듣고 그곳이야말로 진실된 선비가 살아갈 이상향 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는 평생 그 복사꽃 피는 숲을 찾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이인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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