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11 10:49 수정 : 2013.06.12 10:47

近者說 遠者來

근자열 원자래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라 먼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리라. -‘자로’편 16장

1. 먹이는 것과 가르치는 것

일러스트 김대중
열국을 주유한 지 8년째 되던 서기전 489년, 63살의 공자는 전란에 휩싸인 진(陳)나라를 떠나 부함(負函)이라는 낯선 도시로 가게 되었다. 부함은 채나라 안에 있는 초나라 직할 성이었다. 채나라가 강대국 초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기현상이었다. 그 무렵 채나라 임금은 초나라의 핍박에서 벗어나보려고 신흥 강국 오나라에 붙어 도읍을 오나라 쪽에 가까운 주래라는 곳으로 옮겼다. 그러자 초나라는 부함을 사실상 식민지 수도로 삼아 주래로 이주해가지 않은 채나라 백성과 거듭된 전쟁으로 떠돌던 여러 나라 유민들을 포섭해 초나라 변경 주민으로 만들려고 했다. 이런 식민지 건설 및 유민 포섭 정책을 추진할 인물로 초나라가 파견한 인물이 섭공(葉公)이라 불리는 대부 심제량(沈諸梁)이었다. 이때의 심제량은 사실상 채나라의 전체 총독이나 다름없었다.

부함은 생각보다 규모가 큰 성읍이었다. 성루에는 부함 깃발과 함께 영주 심제량을 뜻하는 섭(葉)자 깃발이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성벽은 높고 튼튼하며 도로와 건물들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행진하는 군사들은 군기가 엄정했고, 창검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성주가 군사 전문가군.”

성읍 이곳저곳을 면밀히 살피던 자로가 감탄하자 자공이 말했다.

“그런데 성의 규모에 비해 주민들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재여가 덧붙인다. “도시가 번성하려면 자고로 시끌벅쩍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노나라를 떠나 처음 위나라에 갔을 때가 생각나는군. 넘쳐나는 인파를 보고 다들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았나?”

자로가 수염을 쓸며 옛일을 회상하자, 안연이 말을 잇는다.

“그때 염유(冉有. 염구라고도 한다. 서기전 522~?) 사형이 선생님에게 물었지요. 백성이 많으면 다스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정치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고.”

“무엇을 해야 하는데요?”

내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자, 재여가 웃으며 말한다.

“뭘 하긴? 뭐든 마~이 멕이야지.”

“네?”

팔장을 낀 채 성 안을 날카롭게 살피던 자공이 말했다.

“백성들을 부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공자 일행이 노나라를 떠나 위나라 도읍 조가(朝歌)에 도착했을 때 길가에 집들이 많고 인파가 넘치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는데, 그때 수레를 몰던 염유가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백성이 많아진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요?”

“부유하게 해야지.”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가르쳐야 한다.”

(冉有曰 旣庶矣 又何加焉 曰 富之. 旣富矣 又何加焉 曰 敎之. ‘자로’편 9장)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안연을 보며 호들갑스럽게 감탄했다.

“아, 참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문도님들, 부유하고 싶어도 부함에는 백성 수가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많아질 수 있을까요?”

“음, 글쎄다. 자네가 한번 선생님께 여쭤보지 그러나?”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이인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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