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6 01:47 수정 : 2013.03.06 01:47

‘커먼스’(Commons·공유지 혹은 공유재) 혹은 ‘공통적인 것’(the Common)이란 용어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학계에서 화두다. 자본주의의 금융위기와 파국의 위협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전세계 민중에게 새로운 희망이 가능한 영역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비록 용어적 태생은 서구이지만, 커먼스란 전세계 인류의 문명을 지탱하는 공통의 물질적·비물질적 공유 자산을 지칭한다. 물질적 커먼스는 공기, 상수도원, 취수, 공유지, 공해(公海) 등의 자연 자원이고, 비물질적 커먼스는 아이디어, 문화, 지식, 과학법칙과 문명 등 인류의 지적 추상적 자원에 해당한다. 이처럼 물질 자원과 인공 자원이 인류에게 ‘공통적인 것’으로 남아 있을수록 인간 삶의 가치는 더욱 풍요로울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위기는 사유화와 지적 재산권의 탐욕이 커먼스를 오염시킨다. 공통의 인류 자산이 파괴되고 비즈니스 논리에 의해 위협받는 것이다. 예컨대 개인 유전 정보의 특허화, 아이디어의 지적 재산화, 상수도원의 사유화 등 이제까지 공통의 사회적 가치는 사적 가치로 급격히 전환됐다.

만들자, 데모-데이!

자본 사유화의 반대 지형에 국가에 의한 자원의 공공화가 존재하기는 하나, 이도 잘 유지되지는 않았다. 도시개발 명목의 그린벨트 파괴, 4대강 사업, 핵 발전소 개발, 삶 공동체 위협, 국가 기간사업의 사유화 등에서 보는 것처럼 커먼스의 보존과는 거리가 멀다. 비물질 영역에서 정부의 태도도 비슷하다. 국가 정보의 통제에 대항한 ‘위키리크스’의 경우나 저작권 강화를 통한 사유화 등은 ‘공통적인 것’의 배양과 거리가 멀다. 이렇듯 자본과 국가가 더 이상 기댈 곳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대안의 정답은 아니지만, 커먼스 문화를 아래로부터 퍼뜨리면서 새로운 공통적 사유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가 있다. 작가 최태윤이 이를 배양 실험 중이다. 그는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퍼포먼스를 공부했고, 다시 대전 카이스트에서 문화기술 석사를 마친 작가이다. 주로 미국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수행한다. 그는 이미 서울 안국동에 자신의 한옥, ‘가옥: 문화생산자를 위한 공간’을 다양한 창작자들에게 내어주고 커먼스로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말 그대로 이 빈 한옥에서는 다양한 창작 문화 워크숍과 행사들이 진행된다. 그가 예술감독이 되어 가옥이라는 공유 공간을 ‘공통적인 것’으로 삼아 외부의 다양한 제작자들을 끌어들여 상호 교류의 매개 장소로 삼는 것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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