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8 18:38 수정 : 2013.01.08 18:38

우리는 언제부턴가 주어진 것, 만들어진 것을 그저 사용하는 데 익숙하다. 분해해 뜯어보고 붙여보고 조립해 손수 만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다. 세운상가를 뒤지며 진공관 라디오 키트를 사들고 기판에 납땜하다 손을 데어가며 생경한 회로도를 익히고, 조립 후에 그로부터 방송이 흘러나올 때 그 희열은 노스텔지어의 일부로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 사는 세상은, 그 옛날 맘대로 읽고 쓰던 시절에서 쓰기 방지된 읽기 전용의 시대로 넘어왔다. 게다가 기술의 속을 들여다보면 불법인 세상이 되다 보니 오늘날 현대인의 쓰기와 제작 능력은 급격히 퇴화한 상태다.

‘청개구리제작소’의 탄생

일반인들에게 ‘쓰기 허락’된 영역조차 대개 소비주의에 포섭된 부분 소비재나 조립형 액세서리 영역이다. 예를 들어 ‘목공’ 문화가 그렇다. 목공은 비싼 신체 노동의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서구의 중산층 가구에서 보편화된 문화이기도 하다. 백인 중산층 남성의 가사노동 일부로 기능하는 정원가꾸기, 부엌꾸미기, 집 리모델링, 창고만들기 등 소비형 ‘자작’(Do It Yourself·DIY) 문화가 대표적이다. 미국 등 선진국 (백인) 남성들이 각종 드릴과 함께 ‘007’ 공구함을 갖고 싶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소비 문화에 오염된 자작 문화 논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생, 자율, 일상, 생태 등의 화두로 목공을 통해 삶의 생존 기술을 터득하고 소비화된 문화를 재해석하려는 부류는 확실히 다른 흐름이다. 목공의 가치를 삶의 생존과 자립 기술로 삼으려는 것은, 인간 문명을 구성하는 다양한 일상 기술의 암호화된 ‘코드’를 열어 그 이면을 들여다보고 공유해 삶과 생존의 방식을 바꾸려는 태도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인간의 몸과 멀어지는 문명 기술의 코드 열기에 적극적인 여성 듀오가 있다. 이 둘이 만든 그룹은 ‘청개구리제작소’다. 문화행동과 예술가들의 사회적 참여에 관심을 가진 문화연대 활동가 송수연, 그리고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독립영화 등 문화기획 일을 하던 최빛나의 의기투합 결과다. 이들은 지배적 ‘쓰기’ 문화에 대한 반발과 그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 몸으로 경험하고 체감하는 대안적 기술 구성 실험에 큰 관심을 갖고 시작했다. 그들이 다루는 주제는 생태, 정치, 도시, 자본, 기술 등 다양하다. 매번 특별한 주제를 정하고 참가자들의 공동 제작과 실험을 통해 문명 기술의 이면을 드러내고 그로부터 대안적 운동을 생성하고 매개하려 한다. 그래서 이들이 시작한 형식이 제작 워크숍이었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광석 |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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