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11 11:41 수정 : 2013.06.12 10:47

지하실이다. 어두운 조명에 바닥과 벽이 검정 계통이다. 군데군데 운동기구들이 널려 있다.

굵은 밧줄도 천장에 매달려 있고, 육중한 무게의 쇠뭉치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한쪽에서 과시하고 있다. 체육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면 거울 하나 없다. 창고 분위기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애인을 납치해놓고 주인공이 씩씩대며 쳐들어오길 기다리는 조직폭력배들이 시간을 죽이는 장소 같다.

편한 운동복 차림의 남녀들이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각자 역기를 하나씩 앞에 두고 정렬한다. 여자들은 비교적 작은 무게의 역기를, 덩치가 좋은 남자들은 육중한 무게의 역기를 앞에 놓았다. 순간 긴장감이 흐른다.

역기를 목까지 힘차게 들어 올린 뒤 내리고,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반복한다. 그냥 팔굽혀펴기가 아니라 공중에서 손벽을 쳐야 한다. 공중 손뼉치기를 하는 이근형 트레이너 주위에는 힘들어서 헉헉 대는 크로스핏 동호인들이 있다. 한겨레 이길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본부서 매일 지령을 내리다, ‘와드’

갑자기 가수 싸이의 ‘잰틀맨’이 실내 공간을 꽉 채운다. 흥겨운 음악이 사람들을 달군다.

서 있던 남녀들이 역기를 기운차게 어깨까지 들어 올린다. 몇 차례 역기를 들어 올린 뒤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한다. 그냥 하는 팔굽혀펴기가 아니다. 팔을 굽혔다가 힘차게 뻗어 공중에서 손벽을 친 뒤 다시 팔을 굽힌다. 그러곤 다시 역기를 들어 올린다.

시간이 흐르자 일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널부러진다. 각자 목표량이 있다. 자신의 목표량을 마친 이는 물을 마시며 쉰다. 그러나 목표량을 못 마친 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계속 역기를 들어 올린다.

마침내 음악이 멈췄다. 체력의 극한을 경험한 이들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이것이 오늘 ‘와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 본부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크로스핏 체육관에 내린 과제이죠. 아마 미국 뉴욕,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일본 도쿄, 그리고 서울의 크로스핏 체육관에서도 우리처럼 역기들기와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크로스핏을 한국에 도입해 전파한 이근형(34) 트레이너 입에서 낯선 단어가 흘러 나왔다.

“와드가 뭐죠?” 전세계 곳곳에 조직망을 두고 지령을 내리는 비밀조직이 떠올랐다. 혹시 와드는 지령문?

“와드(WOD)는 ‘오늘의 운동’(Work of the Day)의 약자죠. 당일 체육관에서 수행하는 운동 이름입니다. 개발자의 이름 붙여서 온·오프 라인을 통해 전세계 동호인이 공유하죠.”

헉! 전혀 새로운 개념의 운동이다. 전세계로 그날그날 운동 숙제를 내주다니.

새로운 건강 운동으로 부상하고 있는 크로스핏의 ‘비결’이 숨겨 있음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크로스핏 트레이너는 전세계에 320여 명이 있다. 그중 아시아에 3명 있고, 한국에는 단 한 명인 이근형씨가 크로스핏 레벨2 자격증의 주인공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이길우 <한겨레> 스포츠부 선임기자 nihao@hani.co.kr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