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6 17:13 수정 : 2013.02.06 17:13

데이브 자이런 Dave Zirin <네이션> 스포츠 에디터

전설적인 두 대학의 미식축구팀과 2012년 두 건의 성폭행 사건. 모든 미국인의 관심은 그중 한 사건에만 집중됐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노트르담대학에서 벌어진 폭력 및 권력형 범죄를 두고 이렇게 천지차가 나는 반응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노트르담대 미식축구팀(흰색 유니폼)의 경기 모습 / 위키미디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미식축구팀의 신망받는 코치 제리 샌더스키는, 미식축구계 실세들이 침묵으로 비호하는 가운데 어린 소년 여럿을 성적으로 농락해왔다. 그리고 노트르담대학 코치는 어린 소년들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협박과 폭력, 강간을 했다. 여성들이 패배를 모르는 대학 미식축구팀 선수들에게 당했다. 그러나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스포츠 언론계는 ‘파이팅 아이리시’(노트르담대학학 미식축구팀의 별칭)가 화려하게 부활했을 때는 무척 떠들어대더니, 이번에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침묵했다.

 2012년 무적의 노트르담대학이 앨라배마대학과 전국 선수권 대회를 하루 앞둔 날 밤, 스포츠 언론들은 경기에 참여하는 노트르담대학 선수 중 2명이 강간 성폭력 사건의 용의자라는 사실을 다루지 않기로 했다. 두 선수의 범죄는 가려졌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한 여성들은 괴로움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경기가 있던 날 두 선수가 경기에 출전한 것은 국가적 수치나 다름없다.

 이런 일이 벌어진 주된 이유는 누구도 선수들을 고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은 고소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사망했기 때문이다. 19살 리지 시베르그는 노트르담대학 근처에 있는 세인트메리스대학의 학생이다. 기숙사 방에서 폭행당했다는 그녀의 주장이 협박과 무관심에 부닥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한 명의 피해자는 잔인하게 강간당한 사실을 밝히기는 했으나, 고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베르그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성폭행 피해자 괴롭힘 당하다가 자살 

 리지 시베르그는 첫 학기를 시작한 신입생이었고, 그녀의 가족 중에는 노트르담대학 동문도 몇몇 있었다. 어느 날 밤 노트르담대학 미식축구팀 선수들과 어울리던 리지는 그들에게 성폭행당해 신고를 했다. 진술서를 쓰고서 치료하기 위해 접수를 마친 그녀는 팀의 한 선수에게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후회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마라’, ‘노트르담대학 미식축구팀을 건드리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시베르그의 친구들은 물의를 일으킬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시베르그를 다음 경기에 데리고 갔다. 얼굴에는 노트르담대학의 로고를 새기고, 그녀를 폭행한 가해자를 응원하라고 했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이자 노트르담대학 동문인 멜린다 헤넨버거는 캠퍼스 내 성폭력에 대해 끈질기게 조사를 벌이고 있다. 헤넨버거에 따르면 “시베르그는 지난해 9월 7일 상담자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내가 파기 시작한 이 빌어먹을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감기 때문에 너무 아프다. 쉬고 싶어 잠을 청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약을 먹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너무 역겹다. 이제 벗어나고 싶다.’ 시베르그는 상담치료사에게 약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9월 9일 성폭력에 대한 신입생 필수 오리엔테이션 도중 공황발작을 일으켰다”고 했다. 공황발작 이후 시베르그는 자살했다.

 살아 있는 동안 시베르그는 선수들뿐 아니라 그녀의 애원을 무시하는 힘 있는 자들에게 고통을 당했다. 괴롭힘은 오히려 숨진 뒤 더욱 심해졌다. 그녀에 대한 중상모략은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시베르그가 “그 미식축구 선수에게 집착하는 문제가 많은 아이”였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다”고 말했다. 헤넨버그는 “그때 이후 벌어진 시베르그에게 흠집내기는 그녀가 경찰에 제보한 피해 사실보다 더한 폭력이다.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것은, 이것은 한 젊은이가 일순간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가톨릭 기관으로서 도덕적 지도력을 강하게 홍보하던 어른들이 의도적으로 펼친 일이다. 노트르담대학의 강령은 분명하다. ‘노트르담대학은 스스로 진리를 추구하며 공유하는 일에 헌신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노트르담대학은 이 강령과 정확히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시베르그의 여성 동문들이 앞날이 창창한 후배 여학생들을 만나 “성폭행이 캠퍼스 생활의 일부일 만큼 만연해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는데도, 이 대학 총장이자 신부인 존 젠킨스는 어떤 공식적인 입장이나 우려를 표명한 적이 없다. 미식축구팀 감독 브라이언 켈리는 창피함도 모른 채 시베르그의 자살에 대한 질문을 농담으로 취급했다.

 이런 침묵과 모략은 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디애나주의 한물간 도시 사우스벤드의 유일한 산업은 노트르담대학 미식축구팀의 경기다. 2012년 경제 잡지 <포브스> 발표에 따르면, 노트르담대학의 미식축구팀은 규모가 훨씬 큰 텍사스주립대와 미시간주립대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경제적 가치가 큰 대학 미식축구팀으로 평가받았다. 공식적으로는 경제다. 쉽게 말하면 모든 호텔, 술집, 거리에서 생수 파는 아이들까지 모두 노트르담대학 미식축구팀의 경기에 의존해 산다는 뜻이다. 인구 10만 명의 도시에서 홈 경기로만 1천만 달러(약 106억 원)의 지역 소비를 창출한다. 노트르담대학 미식축구팀은 사우스벤드 경제의 뛰는 ‘심장’이고, 여성들은 혈관이 굳어가는 가운데 부수적 피해자가 되었다.

노트르담대 경기장에서 벌어진 대학미식축구경기 식전 행사 / 위키미디어
 

 대학 미식축구팀은 지역 경제의 심장  

 대학 미식축구가 주요 산업이라 도시 전체가 침묵에 휩싸여 있다 하더라도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코치 샌더스키의 성스캔들은 왜 불거지자마자 신문 1면에 나오고, 노트르담대학 성폭행 사건은 언론의 각별한 보호를 받는 것일까. 유일하게 납득할 만한 답은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은 이제 우리 문화에서 ‘정상’이고, 어린 소년을 성폭행하는 것은 ‘비정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린 남자아이를 성폭행하는 것은 남성 중심의 스포츠 언론계를 두려움으로 몰아넣을 모든 종류의 신호탄과 같고, 여성에 대한 성폭행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자 앞에 있는 소년은 속수무책이지만, 여성은 스스로 폭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소인이 고소를 당한다.

 이것은 비단 노트르담대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미식축구 선수들은 여성을 ‘캠퍼스의 신’에게 따라오는 ‘전리품’으로 여기도록 교육을 받는다. 이것은 또한 거대 대학 미식축구팀의 여성 상품화 너머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이 ‘강간’(Rape)과 ‘강제적인 강간’(Forcible Rape)*의 차이점을 정의하는 법안을 내고, 상원의원 후보자들이 강간에 의한 임신을 ‘신의 선물’이라 말하거나, ‘강간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 떠드는 문화의 산물이다.

 제시카 발렌티는 <네이션> 기고를 통해 “미국에 돌고 있는 성폭행 전염병은 범죄 자체일 뿐 아니라, 문화적·정치적으로 고의적인 무지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성폭행은 이제 애플파이만큼이나 미국적인 것이다. 우리가 이것을 인정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스포츠를 담당하는 매체가 일종의 지표 역할을 한다면, 우리는 이 현실을 인정하는 단계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대신 경기가 벌어지는 밤,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오랜 전통의 노트르담대학 ‘파이팅 아이리시’를 응원할 것이다. 이것 역시 애플파이만큼 미국적인 것이다.

 ⓒ The Nation

 번역 하수정 위원

 

 * ‘강제적인 강간’은 성기 삽입 이외의 성폭행을 강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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