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01 11:52 수정 : 2013.02.09 19:55

제이콥 루(맨 오른쪽)가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위키 미디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현지 시각) 미국 신임 재무장관으로 제이컵 루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명했다. 제이컵 루는 전임인 티머시 가이트너보다 더 못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 말고 오바마 대통령이 루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했다는 뉴스에 환호해야 할 이유가 없다. 가이트너와 루는 모두 빌 클린턴 정부 시절 금융 규제 완화를 열정적으로 옹호했으며,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과 함께 일했다. 루빈은 미국 뉴욕 월가가 마음껏 탐욕을 채우도록 했고, 자신의 몫도 챙겼다.

 루빈은 재무장관 퇴임 후 시티그룹으로 갔다. 시티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 재벌로, 루빈이 정부에 있는 동안 추진한 법규를 통해 합법성을 인정받았다. (클린턴 정부는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를 규정한 ‘글래스-스티걸법’을 1999년 폐지했다. 이로써 미국계 은행인 시티코프와 금융 서비스 그룹인 트래블러스그룹의 합병으로 시티그룹이 탄생하는 길을 텄다.) 루빈은 시티그룹 계열사인 시티은행에서 10년 동안 일하며 해마다 1500만 달러(약 159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악성 담보대출 파생상품이 주력 분야인 시티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부도에 직면하자, 정부는 세금으로 긴급구제를 했다.

 루가 시티그룹과 함께한 기간은 3년으로 짧았고, 루빈에 비해 보수도 적었다. 2008년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 루가 이끌던 대체투자 부서는 헤지펀드와 사모투자를 주로 다뤘는데, 실적은 좋지 않았다. 지아 린 양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대체투자 부서의 엄청난 손실이 결국 시티그룹을 위기로 내몰았고, 그해 세금 450억 달러(약 47조6천억 원)가 시티은행을 구제하는 데 쓰였다”고 지적했다.

 

 시티그룹 위기에 몰아넣고도 거액 연봉 챙겨 

 세금을 동원한 긴급구제를 받는 와중에도 루는 2008년 200만 달러가 넘는 연봉과 보너스를 가져갔다. 루가 맡은 부서의 실적이 형편없었는데 말이다. 그런 경험을 했는데도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대공황을 막기 위해 실시한 금융산업 규제법인 글래스-스티걸법을 되살릴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민주당 성향의 무소속)은 2010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예산관리국장에 지명된 루에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 루빈 전 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 의장이 밀어붙인 규제 완화 때문인지 물었다. 루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금융산업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금융산업에서 쌓은 내 경력은 관리자이지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금융산업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는 규제 완화 이전에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매우 높은 레버리지(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임)의 파생상품들이 우리를 이 지경, 즉 금융위기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업계가 파생상품의 리스크를 완전히 떠안지 않았고, 파생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입니다. 나는 어떤 규제 완화가 금융위기를 몰고 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근본 원인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 놀랄 만큼 뻔뻔하기 짝이 없는 루의 답변은 고도로 계산된 무지의 선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2000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든 파생상품에 대해 정부 규제를 받지 않고 단속 기관의 관리 대상에서 빼도록 한 ‘상품선물현대화법’(Commodity Futures Modernization Act)에 서명할 때 루는 고위급 경제 관료였다. 당시 막 성장하는 악성 부실자산 거래시장에서 은행이 주택담보권을 행사하고 실업 문제를 일으키자,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의장인 브룩슬리 본이 이를 규제하려 했다. 상품선물현대화법은 브룩슬리 본의 경고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다.

 루는 클린턴 정부의 정책을 따랐을 뿐 아니라, 브루킹스 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루빈이 자금을 댄 ‘해밀턴 프로젝트’에 참여해 활동하며 과감한 금융시장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경제 붕괴의 원인에 대한 루의 근시안적 견해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스스로 과실을 인정한 것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오바마 정부의 최고위급 경제 관료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도 거리가 멀다. 샌더스 의원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는 거대 기업과 그들의 강력한 로비스트 집단에 맞서 노동자 가정을 보호하는 제도를 위해 싸우는 재무장관이 필요하다. 나는 루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개혁 제대로 될까 

 자질은 재무장관뿐 아니라 대통령에게 더욱 절실하다. 전 백악관 경제팀 국가경제위원장인 로렌스 서머스부터 가이트너를 지나 루에 이르는 지명으로 미뤄볼 때, 오바마는 그런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 자명하다. 루의 지명을 발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비서실장인 루의 월가 경력을 단 한 차례 언급했다. “그는 규모가 큰 투자은행 중 한 곳에서 감독하는 일을 도왔다”고 말했다. 루가 금융산업을 망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불편한 진실’은 묻혀버렸다.

 그것은 ‘진보세력’에게도 불편한 진실이다. 첫 임기 동안 거대 은행은 구제하면서 금융위기 희생자는 내버려둔 오바마에게 진보세력은 합격점을 줬다. 연준이 다달이 400억 달러(약 42조4천억 원)를 들여 월가의 악성 부실 자산을 계속 매입하고, 심지어 금융 재벌에 이자 없이 자금을 제공하는 동안 대통령은 용감하게도 “이런 금융 붕괴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제도를 구축했다”고 떠벌렸다. 아니다. 그는 금융 붕괴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적절한 제도를 구축하지 않았다. 루를 재정정책 담당자 자리에 앉힌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글 로버트 시어 Robert Scheer <네이션> 컨트리뷰팅 에디터

 번역 하수정 위원

 ⓒ The 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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