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04 14:23 수정 : 2014.03.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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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클래식 마니아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클래식기타도 꽤 잘 친다고 한다. 몇 년 전 주변 지인들을 모아놓고 작은 연주회도 열었다. 그가 차린 밥을 먹은 적이 있다. 반찬 가짓수며 맛이 웬만한 주부보다 나았다.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서야 그가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정도로 조용히 말한다. 그를 대할 때마다 섬세한 사람이란 인상이 깊어진다. 늘 진지한 편이라 못난 것들끼리 낄낄거리면 옆에서 측은한 눈빛을 보내 주눅들게 한다. 한번은 사석에서 그의 사진을 찍어보려 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자신에게 찍힌 낙인이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덧씌워질까 두렵다고 했다. 그의 고통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 그의 앞에서 카메라를 꺼낼 수 없었다. 지난 2월12일, 23년 만에 ‘유서 대필’ 조작 사건 재심에서 그의 무죄가 입증됐다. 취재진은 그의 무표정에 조금 당황스러워했지만 난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마구 찍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축하 인사를 했다. 플래시 때문에 눈이 아팠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그 긴 세월을 견뎌낸 그가 자랑스럽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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