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1.05 15:14 수정 : 2014.02.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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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걸음이 가볍다. 밤새워 만든 김밥이 다 팔렸다. 이른 아침 공장 앞에 김밥을 펼쳐놓고 출근하는 동료들을 기다린다.

정성을 들였지만 맛은 장담할 수 없다. 공장에서 쫓겨나 5년. 오직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24명의 동료를 다음 세상으로 앞세운, 타버린 속으로 만든 김밥의 맛이 좋다면 말이 안 된다. 쓰고 짜야 한다.

해고자들은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공장 안 동료들이 그 마음을 다 사간다. 웃는 얼굴로 안부를 묻고 응원하는 말 한마디를 들으면 기운이 나고, 굳은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며 잔돈도 받지 않고 가는 동료를 보면 가슴이 뻐근해지기도 한다.

김밥 한 줄에 담은 ‘함께 일하자’는 희망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_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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