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01 15:26 수정 : 2013.11.11 14:17

“아들은 가끔 와서 생활비 조금 놓고 가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일하는 눈치야. 손자 둘은 나랑 같이 있어. 큰놈이 아직 고등학생이야. 며느리는… 없어.”

할머니는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비에 젖은 종이는 아스팔트 위에 널어놓고 마른 종이는 손수레에 담는다. 몇 달간 모아놓은 폐지를 다시 비가 오기 전에 고물상에 팔아야 한다. 손수레 한가득 폐지가 실렸다. 어느 정도인지 슬쩍 들어봤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잔뜩 힘을 주니 겨우 움직였다.

“아이고, 그거 힘으로는 못 들어.”

거기에다 냉장고 포장 상자를 몇 개 더 얹었다. 허리도 곧게 펴지 못하는 여든 할머니가 족히 100kg이 넘는 수레를 슬슬 밀고 간다.

30분 정도 걸려서 고물상에 도착했다.

“185kg! 1만700원!”

폐지 가격은 1kg에 80원. 손수레 무게를 빼고 135kg.

1만700원이 이날 할머니의 하루 벌이다.

“젖은 것도 있는데 그냥 다 쳐주네. 아마 기자 양반이 같이 와서 그런 모양이야.”

할머니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글·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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