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5 18:50 수정 : 2013.03.05 18:50

어떤 것이 맞는 표현일까?

‘나는 찍지 않았는데 그는 사진 속에 있다’, 아니면 ‘그는 사진 속에 없지만 나는 찍었다’?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파랬다, 구름 한 점 없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사옥 벽에는 ‘노동조합은 회사와 하나 되어 한진중공업 75년 역사 조선1번지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겠습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라고 써 있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 아래에는 ‘158억 손배소 철회하고 민주노조 탄압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걸린 천막이 있다. 158억 원짜리 긍지와 자부심에 천막은 짓눌리고 있었다.

그런 부조화를 찍고 있는데, 천막에서 건장한 노동자가 불쑥 나와 카메라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긍지와 자부심’의 현수막 아래를 지나가는 노동자의 커다란 등, 처진 어깨의 뒷모습. 사진이 될 것 같았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는 고개를 돌려 저만치 먼 곳을 비감하게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우린 눈이 마주쳤고,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천천히 멀어졌다.

그 사진은 ‘20121119한진중공업-6’이라는 이름으로 내 외장 하드 디스크에 저장되었다.

 

2월 초. 그날 같이 있던 취재기자가 그 사진 속 인물을 다시 보자고 할 때까지 그의 이름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지난 두 달간 어떻게 지냈는지, 앞으로 어디에 있을지도.

 

마음이 아.프.다. 카메라 속으로 걸어들어온 그, 배를 만들던 그는 며칠 전 꽃상여를 타고 떠났다.

나는 ‘20121119한진중공업-6’을 ‘20121119최강서’로 바꿨다.

박승화기자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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