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8 11:46 수정 : 2012.12.29 01:17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세라 제시카 파커)가 뉴욕 생활 내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남자 친구는 게이(남성 동성애자)다. 이유는 영화 <러브 앤드 트러블>에서 게이 친구와 동거하는 에밀리 잭스 잭슨(브리트니 머피)의 지론과 같을 터. “좋은 남자는 다 게이야.”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는 마음속 목소리를 읽는 능력을 갖게 된 닉 마샬(멜 깁슨)에 푹 빠진 여자가 외친다. “이제 솔직히 털어놔도 돼. 너는 게이일 수밖에 없어!” 영화 <킥 애스>의 데이브 리제우스키(애런 존슨)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가까이 머물기 위해 아예 게이 시늉까지 낸다. 모든 남자들이 꿈꾼다. ‘편하게 술 한잔 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이성 친구가 하나쯤 있었으면….’ 그들이 꿈꾸는 그녀들 역시 꿈꾼다. ‘편하게 술 한잔 할 수 있는 매력 있는 게이 친구가 하나쯤 있었으면….’ 이제 이성애자 남성이 게이를 붙들고 물어야 할 지경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게 대체 뭔가요. 당신의 비결은요?”

 게이와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편하게 느끼는 여성을 일컬어 ‘패그해그’(Pag Hag)라 한다. 이성 친구에게서 느껴지는 위태로운 부담감, 동성 친구에게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긴장감도 없는 무결점의 관계. 한편으로 게이는 남자의 육체적 안정감과 여자의 정서적 공감 능력까지 갖췄다. 양성의 장점을 더하고 단점을 덜어낸 신의 피조물인 게이는 힌두 신화에나 나올 법한 자웅동체적 양성성으로 무장하고 이성애자 남성을 저만치 앞질러 걷는다. 그들이 사회적 약자인 것과는 상관없다. 플라톤이 상상한 이데아의 완벽한 세계에서 여자가 ‘친구’를 찾는다면 그는 필경 게이일 것이다. 플라톤 역시 게이였다!

 그래서 두 사람을 만났다. <나는 딴따라다>(1)의 죽 잘 맞는 동료, 소수자 혹은 성정치학적 약자로서 세계의 가장자리에 접경해 연대하는 동지, 무엇보다 ‘품위 있는 게이’와 ‘매력적인 여자’라는 보기 좋은 친구 조합. 바로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개그우먼 곽현화다. 그들과 함께 성평등 이후의 세상, 아마도 성자유와 성박애가 자명하게 거론될 시대의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손아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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