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08 09:05 수정 : 2014.06.13 11:33

축구장은 전쟁터라는 말은 전·후반 경기시간 90분만을 한정하는 수사가 아니다. 축구가 곧 전쟁이다.

전쟁의 승리가 곧 정의의 승리는 아니듯이, 축구 경기의 결과는 정의를 위한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다.

축구장은 바깥세상의 축소판이라는 말은 부분적으로만 옳다. 축소판이 아니라 다이제스트다.

인간의 가장 도드라진 감정과 사회의 가장 강력한 지배 원리가 시공을 빈틈없이 지배하는 게 축구다.

축구선수는 몸 하나로 축구장 안팎 여러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른다. 몸 자체가 전쟁터다.

박은선은 축구선수들 가운데서도 가장 혹독하고 불공정한 전쟁을 전방위로 치러온 여자선수다.

더러 전투에서 패했지만 전쟁에서는 끝내 패배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차례가 오고 있다. 그녀는 일전을 벼른다. 그러나 되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보여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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