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04 14:58 수정 : 2014.03.07 15:04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2011년 경기도와 ‘멸종동물 체세포 복제생산에 관한 연구협약’을 체결했다. 그해 10월17일 황우석 박사팀은 코요테 체세포를 개의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복제에 성공한 코요테를 경기도에 전달했다. ‘세계 최초’ ‘멸종위기’ 등의 수식어로 연구 성과를 부풀려 빈축을 샀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복제 코요테를 안고 환하게 웃는 황우석 박사.뉴시스
지난 2월14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하 수암연구원)에 도착했을 때, 세련된 외관이 주변의 낡고 허름한 연립주택과 대비되면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논문 조작으로 낙마한 황우석 박사가 절치부심 재기를 노리며 코요테·매머드 등의 복제 실험을 한다고 알려진 곳이다. 건물은 웅장했고, 내부는 적막했다. 연구원들보다 개가 더 자주 눈에 띄었다. 건물 앞마당엔 구조견들이, 2층 로비에는 애완견들이 뛰놀고 있었다. 대외홍보를 담당하는 황인성(30) 연구원은 “모두 복제개”라고 소개했다. 2010년 2월에 합류한 그는 “동물 복제 연구를 여기만큼 일상적으로 하는 곳이 흔치 않다”며 “이종 장기이식, 동물 복제 연구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수암연구원은 2006년 황우석 박사가 서울대에서 해고된 뒤, 박병수 당시 수암연구재단 이사장의 출연금 25억원과 지지자들의 후원금(약 10억원)으로 설립됐다. 서울대 연구원들 중에서 그를 따르던 20여 명이 이곳에 합류했다(현재 이들 중 절반 정도만 남아 있다). 연구원 쪽에 따르면, 주 연구 분야는 체세포 핵이식, 동물 복제 및 줄기세포, 형질전환 연구 등이다. 하루 300여 개의 소·돼지 배아를 만들고, 매달 15마리 안팎의 복제개를 생산한다. 소·돼지·개 복제는 일상적으로 진행된다. 골든리트리버(2007년 3월), 비글견(2007년 7월), 중국 사자개 티베트마스티프(2008년 4월), 9·11 인명구조견 트래커(2009년 6월), 코요테(2011년 10월) 등 개 복제가 가장 활발하다. 반려견 복제의 경우 상용화에 근접하는 성과를 얻고 있다. 황인성 연구원은 “고객의 의뢰를 받고 애완견을 복제하기도 하는데 주 고객은 외국인이다”며 “마리당 10만달러나 하지만 1년에 10~15마리 정도 의뢰가 온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황우석 박사와 함께 두 차례 러시아에 다녀올 정도로 매머드 복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실제 황 박사의 요즘 주요 관심사는 “매머드 복제”라고 전했다. “학계에서 부정적으로 본다는 걸 알아요. 궁극적으로 매머드 복제가 목표이지만, 지금은 복원을 위한 기초연구를 하고 있어요. 세포구조, DNA, 염기서열 등이 다 밝혀지지는 않았거든요. 매머드 외에 아프리카 들개 등 멸종위기 동물 연구도 하고 있고요.”

연구원 내부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했다. 황 연구원은 “재정이 넉넉지 않다”며 “연구원들끼리 있을 때는 엘리베이터도 안 탄다”고 전했다. 수암연구원의 운영비는 개인과 단체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범어사 등 조계종, 경기도, L성형외과 등이 주요 후원단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황 박사의 열렬한 지지자 겸 후원자다.1 인간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유전자변형 미니돼지, 당뇨병 관련 유전자를 지닌 실험용 모델 동물, 알츠하이머 관련 유전자 등을 지닌 실험용 개(비글) 복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전체 연구원들이 모여 전주의 실험 결과와 연구 성과를 토론하는 랩미팅이 열립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최신 연구 동향(논문 등)에 대해 토론합니다. 2006년 이후엔 논문 조작 등 연구윤리 위반 행위가 있을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쇼, 코요테 복제 성공을 둘러싼 논란

2011년 10월17일, 황 박사의 ‘코요테 복제 성공’ 소식이 알려졌다. 이날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멸종위기 동물 전달식’이 열렸다. 황 박사는 이 자리에서 김문수 지사에게 복제한 새끼 코요테 8마리를 직접 전달했다. 황 박사 쪽은 “멸종위기에 처한 코요테의 체세포를 종이 다른 개의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을 통해 세계 최초로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코요테 복제를 통해 얻은 이종 간 복제 기술을 이용해 매머드를 복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때였다.

이종 간 코요테 복제는 황우석팀이 최초다.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황우석’이 해냈다는 식이었다. 반면 과학계는 냉담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코요테 복제가 발표될 때 논문2이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황 박사는 논문 엠바고 등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세계 최초 이종 간 체세포 복제’ ‘멸종위기’ 등의 단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요테가 멸종위기종이 아닌데다 세계 최초 이종 간 복제 성공 사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자는 “코요테는 미국에서 적응을 잘해 서식지와 개체 수가 많이 늘었고, 지금은 너무 많아 걱정일 정도”라며 “한 해 40만 마리를 잡아 죽일 정도로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 간 복제는 2007년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이 개의 난자를 이용해 회색늑대를 복제한 전례가 있다. 논란이 일자 황우석팀은 “회색늑대와 개는 종이 같다”며 “진정한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 기법을 이용한 복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맞섰다. 과학계는 “연구 성과를 ‘세계 최초’ ‘멸종위기’라는 말로 부풀렸다”며 “‘코요테 최초의 이종 복제’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적절한 처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 검증받으려 하지 않고 언론에 터뜨리는 방법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일반 언론은 학술지보다 검증 시스템이 ‘허술’하다. 오류 등이 발견돼도 후폭풍이 덜하다. 학술지의 경우 논문 철회도 감수해야 한다. 그는 거짓말을 수시로 했다. 거짓이 탄로나면 말을 바꿨다. ‘타이 등 동남아에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 발언이 그랬다. 그는 타이에 간 적도 없고, 타이 정부로부터 연구 승인을 받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인성 연구원은 “특정 나라가 거론된 것에 대해 말할 위치가 아니지만, 모두 틀린 말이었다”며 “현재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우석은 연구 실적 검증보다는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려고 연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멸종위기’ ‘세계 최초’를 강조하면 그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고, 그가 더 대단한 연구자로 포장되지요. 그래야 지지세력과 후원이 늘 테니까요. 이건 과학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쇼가 흥행하는 것입니다. 과학자로서 연구·생명 윤리는 안중에 없는 겁니다.”(ㅈ 연구원)

분명한 건 연구 성과 부풀리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요테의 복제 성공이 황 박사가 재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코요테 복제에 성공한 황 박사는 매머드 복제를 추진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매머드 복제를 한 편의 ‘쇼’로 본다. 매머드라는 화제성에 기대어 대중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매머드가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지만, 체세포를 복제에 활용하려면 사후 동결 뒤 한 번도 녹지 않은 상태에서 보존된 것이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적인 체세포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번째 쇼, 실현 가능성 낮은 매머드 복제

수암연구원 쪽도 매머드 복제 가능성이 낮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지난해 연구 파트너인 러시아 북동연방대학을 통해 30kg의 매머드 사체를 들여왔지만 쓸 수 없었다”며 “올해 40kg이 더 들어올 예정이고, 현재 DNA 분석 등 복제를 위한 초기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년 내에 성공할 수도 있고 수십 년 뒤에 성공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시기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매머드 체세포뿐 아니라 대리모로 쓰이는 코끼리를 수급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멸종위기종인 코끼리는 국제법상 매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임신에서 출산까지 기간이 21개월(630일)에 이르는 점도 걸림돌이다. 복제양 ‘돌리’로 잘 알려진 영국 로슬린연구소가 “동물의 사체에서 뽑아낸 세포가 복제에 이용할 만큼 온전할지 의문”이라며 “성공 가능성은 1~5%”라고 추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대 교수는 “매머드 복제는 가능성·비용 측면에서도 연구 과제로 적당하지 않다”며 “아이디어 차원에 불과한 프로젝트를 언론에 공표한 것은 오로지 주목받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라면 구체적인 실험계획-과정-연구 성과를 논문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과학자에게 중요한 건 논문과 결과로 말하는 것이지 계획과 과정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네이처> 등 외국의 유수 과학저널까지도 그의 매머드 복제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와 기사를 다뤘다. 황우석은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지 불과 8년 만에 매머드 복제 ‘구상’을 통해 다시금 과학자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세 번째 쇼, NT-1 특허 등록… 믿을 수 있나?

지난 2월12일 ‘NT-1’이 미국에서 특허 등록을 취득했다. 2001년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 특허청은 이날 황우석 박사 등 15명이 낸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등록번호 8647872)에 물질 특허와 방법 특허를 인정했다. 물질 특허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물질에 대해, 방법 특허는 그 물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특허권리자(상용화할 경우 로열티를 받는 주체)는 황 박사가 사재를 들여 설립한 줄기세포 연구 비상장회사 ‘에이치바이온’(H Bion)이다. 서울대 산학재단은 2009년 1월 ‘NT-1’ 특허의 출원권을 에이치바이온에 1억4천여만원으로 양도했다. 황 박사는 국내에도 NT-1 등록을 신청했으나 질병관리본부는 등록 자체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황 박사는 “미국 특허로 체세포 줄기세포인 NT-1의 실체와 과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과학계는 특허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특허 등록 과정에서 과학적 검증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진위 여부만 판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특허 등록이 논문 조작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데다 ‘NT-1=체세포 줄기세포’ 실체를 인정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NT-1 실체와 관련해서는 2006년 서울대 조사위가 “체세포 유리가 아닌 처녀생식의 산물”이라고 발표했다. 학계에서도 NT-1이 처녀생식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류영준 강원도 의대 교수(병리학)는 “황 박사가 NT-1을 체세포 줄기세포라고 확신한다면 특허가 아니라 재검증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특허가 인정된 건 NT-1의 독창성이지 실체와 가치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우석 박사의 NT-1 특허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유행이 지났고, 또 실용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황우석과 비슷한 방식으로 체세포 핵이식 복제 줄기세포를 수립한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도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실용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으니까요.”(ㅎ 연구원)

과학계서 퇴출됐지만 황우석은 건재하다

학계에서 연구 부정행위는 사실상 퇴출을 의미한다. 하지만 적어도 황우석 박사에게는 예외다. 외려 수암연구원을 중심으로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심지어 코요테와 매머드 복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도 그는 건재하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연구 부정행위에 관대한 국내 분위기 때문이다. 논문 조작이나 표절 등 연구윤리 위반 행위를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느끼지 않는다. 2009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황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복귀를 지지한 것이 그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황 박사 주변에 형성된 팬덤 문화다. 과학자 중에 그만큼 대중과 소통하는 경우는 없다. 다음카페 ‘아이러브황우석’(cafe.daum.net/ilovehws)에는 여전히 황우석 지지글이 올라온다. 열혈 활동가만 200명쯤 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과학계의 한 인사는 이렇게 분석한다.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구설에도 황우석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하는 건 종교적 믿음 같은 게 있어서입니다. 실제 ‘황빠’를 보면 국가주의와 국익에 심취한 일반 시민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여기에 ‘영웅’을 갈망하는 사회 분위기도 그를 ‘불사조’로 만드는 데 군불을 때고 있다. ‘황우석 쇼’가 계속될 수 있는 건 그의 연구 성과에 기대려 했던 학계, 그의 연구 성과로 경제적 이익을 꾀하려는 정·재계, 황 박사 신화를 독점하려는 언론, 그리고 영웅을 갈망했던 국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손은민 인턴기자(경북대 신문방송학과)

1 경기도 산하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재정을 지원한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쪽은 지원 규모에 대한 <나·들>의 질문에 “보안상의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2 뒤늦게 관련 논문이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 복제 성과’라는 제목으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국제 학술지인 에 게재(2012년 12월 인터넷 공개)됐다.

허술하다 ‘제2의 황우석’ 막기에는

논문 조작 혹은 연구 부정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 빠짐없이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 ‘제2의 황우석’이다. 연구 및 생명윤리 전문가들은 황우석 사건을 연구 부정과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국내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그 이전까지는 논문 조작이나 표절 등 연구 부정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당시 논란이 됐던 이슈는 논문 조작과 난자 수급 문제다. 그 뒤 정부는 난자 이용에 대해 승인제를 도입했다. 2007년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제정했다. 각 대학과 연구기관별로 ‘연구윤리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권태훈 연구윤리정보센터 연구원은 “대학과 연구기관별로 연구윤리 지침을 제정하고 연구윤리기관을 운영하도록 했다”며 “자체적으로 논문 표절과 데이터 조작에 대한 검증 및 정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송성수 부산대 교수(물리교육과)는 “대학과 연구기관에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연구윤리 교육도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생명윤리 분야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가 강화된 것이다. IRB는 인간 또는 인체유래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나 배아 또는 유전자 등을 취급하는 기관의 연구계획서를 심의하고, 수행 중인 연구 과정 및 결과에 대해 조사·감독 등을 하기 위해 설치하도록 돼 있는 생명윤리법상 기구다. 황우석 사태 이전만 해도 IRB 심의는 유명무실했고, 황우석팀 논문에서는 IRB 서류가 조작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황우석 사건을 계기로 IRB 심의가 요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후 생명과학 연구에 대한 IRB 심의가 법적으로 의무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문 조작과 연구 부정 등을 막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연구윤리위원회와 IRB 둘 다 해당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연구원과 검증위원 사이의 친분과 이해관계가 맞물릴 경우, 검증의 객관성이 침해될 수 있다. 2013년 교육부가 실시한 연구윤리 활동 실태조사 결과,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원이 내부 인사로만 이뤄지는 경우는 69.6%, ‘내부 인사+외부 인사’가 26%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신익 부산대 의대 교수는 “심의위원이 같은 기관의 연구자일 가능성이 높아 누구나 심의를 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심의를 당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며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인물(심의위원으로 1인 이상)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질 경우 제대로 검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각 기관의 IRB를 규제하고 생명윤리와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는 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도 한계를 안고 있다. 생명윤리법에 따라 위원회는 국가부처 장관 6명, 생명과학·의학·사회과학 등 연구 분야 전문가 7명 이내, 그 외 종교·윤리·법조계 및 시민단체 등을 대표하는 7명 이내 등 총 16명 이상 2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중에서 생명윤리 측면에서 윤리적 규제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환석 국민대 교수(사회학)는 “다수결이 원칙인데다 생명공학 육성에 힘이 실리는 구조여서 국가부처 장관과 연구 분야 전문가가 한목소리를 낼 때가 많다”며 “위원회 구성 자체가 생명윤리를 심의하기에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서울대 수의대 강수경·강경선 교수의 논문 조작 파동이 있었다. 맨 처음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브릭)에서 의혹이 불거졌고, 서울대는 그제야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줄기세포 논문들의 조작 사실을 밝혀냈다. 이처럼 ‘사후약방문’식의 연구 및 생명 윤리 검증 구조 속에서는 사전에 연구윤리 위반 행위를 찾아내기 힘들다. 송성수 교수는 “연구윤리위원회와 IRB는 제보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여서 소극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 임용과 재계약 과정에서 ‘연구 실적’이 중시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논문의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해야 하는 풍토 속에서 연구자 스스로 연구 및 생명 윤리에 대한 인식을 정립하기 어렵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연구자들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며 “윤리 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글 손은민 인턴기자(경북대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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