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04 13:55 수정 : 2014.03.30 14:05

이 배우의 연기는 애드리브에서 성패가 갈린다. 관객의 뇌리에 가장 깊이 각인된 명대사도 애드리브였고, 드물게 평단의 악평을 받았을 때도 이유는 애드리브였다. 스스로 꼽는 생애 최고의 애드리브가 “나는 세상에서 애드리브하는 놈이 제일 싫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를 넘어, 어느 순간 그가 형식과 내용이 일체가 되어버린 연기의 진경을 체험했음을 의미한다.

그에게 애드리브는 순발력이나 개인기가 아니다. 연기에 임하는 철학과 자세의 한 요소다. 그는 지독히도 노력하는 배우다. 애드리브도 노력이다.

노력 끝에 성공하고 더러 실패했지만, 그의 연기는 언제나 한 지점, 사람을 향했다. 그리하여 백혈병으로 숨진 반도체 여성 노동자의 늙은 아버지를 연기할 때, 더는 애드리브로 식별되지 않게 되었다. 거울 속 제 얼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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