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03 12:56 수정 : 2014.01.07 10:53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음악’. 국악이 대중의 뇌리에 이렇게 각인된 지 오래다. 리듬이 아닌 장단만 맞추는 장구와 꽹과리는 시끄럽고, 가야금과 해금은 침울하며, 피리와 태평소는 요란하다고 쉽게 예단한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국악 소녀’ 송소희가 등장하는 어느 통신사 광고의 연관 검색어로 ‘너무 시끄러움’이 함께 뜨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니라오 아니라오 다 되는 건 아니라오~”로 시작되는 이 광고가 주목받는 건 애호가와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국악의 친숙함을 심어주고 있어서다.

지난 11월 창간 1주년을 맞은 월간 사람 매거진 <나·들>이 국악의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 대중화 모색을 꾀하는 실험에 동참했다. 국악과 힙합, 재즈, 아이돌의 협연(콜라보레이션)에 기반한 퓨전 콘서트 ‘Club 나·들’이다. 지난 11월3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처음으로 열린 ‘Club 나·들’ 콘서트는 국악과 서양음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넘어 기존 퓨전 국악 공연과는 완벽히 차별화된 무대로 호평받았다.

아이돌 그룹 에이프린스는 국악이 신세대층에게 외면받는 음악 장르가 아닌 한류의 문화 코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줘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날 <너 하나만 생각해>를 꽹과리·장구·태평소 등 국악기 반주로 편곡해 신나고 흥겨운 무대를 선보인 에이프린스는 “국악기 반주가 우리 노래·춤과 잘 어울려 놀라웠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는 국악계 미남 스타 소리꾼 김용우, 심금을 울리는 기교로 유명한 해금 연주자 김애라 등 당대 최고의 국악인이 출연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국악과 힙합을 크로스오버하며 한국적 힙합을 선보여온 원조 힙합 뮤지션 원썬, 피아니스트 윤지희, 판소리꾼 서진실, 섹시한 장구아티스트 강근화, 재즈피아니스트 전용준도 국악과 양악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원썬은 서진실씨가 부르는 판소리 <사랑가>에 맞춰 랩을 구사했고, 장구아티스트 강근화씨와 재즈피아니스트 전용준씨가 동양 타악기와 서양 건반악기의 실험적인 즉흥연주를 펼쳤다. 해금 연주자 김애라씨는 피아니스트 윤지희씨와 <아리랑을 테마로 한 보리밭> 협연으로 국악과 양악이 함께 빚어내는 선율과 감흥의 극치를 보여줬다.

300여 명의 관객은 힙합과 판소리, 민요와 아이돌 팝, 해금과 피아노, 장구와 재즈가 어우러진 2시간여의 환상적인 무대에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열광했다.

“국악이 즐겁고 흥겨운 음악이라는 걸 몰랐어요. 해금과 피아노, 장구와 피아노가 한데 어우러지는 선율과 독특한 음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에이프린스의 댄스곡 <너 하나만 생각해>에 꽹과리·장구·태평소의 음색이 입혀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네요. 대중음악에 다양한 한국적 요소를 접목하면 국악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에 응답하라, ‘Club 나·들’!

<나·들>은 12월24일 자정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 가든스테이지에서 2회 ‘Club 나·들’ 콘서트를 연다. 이번 콘서트는 크리스마스캐럴을 국악으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무대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펼쳐지는 공연인 만큼 이전보다 더욱 화려한 출연진, 신선하고 풍성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가야금 연주단이 선사하는 캐럴 공연뿐 아니라 Mnet <쇼 미 더 머니> 출신 래퍼 ‘킹콩’과 퓨전국악그룹 ‘억스’의 보컬인 판소리꾼 서진실씨가 꾸미는 힙합과 판소리의 만남, ‘피리의 여사제’로 불리는 명인 김경아씨의 피리 선율도 감상할 수 있다. 차세대 신한류의 선두주자인 아이돌 그룹 ‘마이네임’, 올해 데뷔한 신인 걸그룹 ‘틴트’가 선사하는 국악 콜라보레이션 무대도 예정돼 있다.

안영춘 <나·들> 편집장은 “지난해 11월 창간한 <나·들>은 1인칭 주어 나의 복수형으로 ‘나’가 연대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 매거진”이라며 “<나·들>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처럼 앞으로 ‘Club 나·들’을 통해 국악을 재해석, 국악이 한류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콘서트의 기획·연출을 맡은 박종훈 원음방송 PD는 “신세대가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국악, 누구나 국악의 즐거움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국악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며 “‘Club 나·들’ 콘서트는 기존의 국악과 국악 공연에 대한 무지와 선입견을 제대로 날려버릴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사·원음방송·국악방송의 공동 프로젝트이자 원음방송 FM 의 공개방송으로 진행되는 ‘Club 나·들’ 콘서트는 매달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