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02 13:30 수정 : 2014.01.07 10:47

‘삼성공화국’이라는 조어는 잘못 만들어졌다. 삼성은 국가를 넘어서는 권능을 행사하는 국가 이후의 체제다. 삼성은 ‘떡검’ 등으로 국가 공권력을 구워삶는다. 방위산업에 진출해 있을 뿐 아니라 국가안보와 관련한 정보 분야에서도 국가기관을 압도한다. 언론은 삼성의 지배력에 눌려 스스로 입에 재갈을 물었다.

삼성직무적성검사(SSAT·SamSung Aptitude Test)에는 10만여 명의 취업준비생이 몰린다. ‘삼성 수능’이라는 조어는 순진하다. 국가시험이 지식 역량만을 묻는 것과 달리 다양한 장치로 인성, 창의성, 나아가 삼성에 대한 충성도까지 묻는다. 개인에 대한 전인적 평가를 행사하는 점에서 종교적 통치 도구에 가깝다.

삼성은 홀로 우뚝할 수 없다. 청년들은 온갖 부조리를 알면서도, 삼성 취업에 목을 멘다.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최고경영자는 이건희 회장이다. 삼성불매운동을 탈문명만큼이나 버겁다고 여긴다. 삼성 지배체제에 대한 암묵적인 공모다. 삼성이 수십 년째 무노조 경영을 고수할 수 있는 힘은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모든 극단은 파국을 예고한다. 삼성 없는 대한민국의 도래에 대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상상해야 할까. 내 안의 삼성에 낯선 질문을 던지는 것이 그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내 안의 삼성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균열 혹은 거부, 저항에 관한 옴니버스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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