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8 02:06 수정 : 2012.12.28 02:06

공간은 사람이 만든다. 그러나 사람이 만든 공간이 다시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삶을 규정한다. 도시 공간을 들여다보면서 읽어내려고 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삶이다. ‘도시 공간과 사람, 명동 탐사’는 도시 공간을 만들고, 가꾸고,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기획은 2011년 10월 <인터넷한겨레>에 실은 ‘실험 프로젝트- 도시 공간과 사람, 명동 탐사’를 바탕으로 보강 취재를 거쳐 이뤄졌다. 앞으로 다른 도시 공간 탐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명동의 하루를 여는 ‘2시간짜리 의식’

 서울 중구 명동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모두 3만5천여 명이다. 명동의 매장은 직장인 출근시간보다 조금 늦은 오전 10~11시쯤 문을 연다. 본격적으로 명동이 열리기 전, 그러니까 아침 8시부터 명동의 하루를 여는 2시간짜리 의식이 30년째 행해지는 곳이 있다. ‘명동2길’ 뒷골목이다. 명동2길은 명동길 들머리 눈스퀘어에서 화교학교를 거쳐 중앙우체국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이 길 중간 지점, 중국대사관 담벼락 맞은편에 41년째 시계방을 운영하는 양원영(63)씨의 노점이 있다.

 양씨는 텅 빈 거리에 매일 자신만의 작업 공간을 ‘짓는다’. ‘명품 시계 수리’라고 쓰인 간판 밑에 너비 1m도 안 되는 셔터문이 보인다. 그 옆에는 길이 200cm에 높이 80cm 정도 되는 철로 만든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셔터문을 여는 순간, 그의 하루가 열린다. 그 안에는 진열대와 작업대, 간판, 천막, 의자, 각종 공구 등 시계방을 여는 데 필요한 온갖 장비가 빼곡하다. 진열대 2개가 맨 먼저 나와 제자리를 잡는다. 바닥에 바퀴가 달려 있고, 높이 10cm쯤 돼 보이는 턱엔 깔판을 깔아 혼자서도 거뜬히 비좁은 창고에서 진열대를 뺄 수 있다. 철판 상자 양 끝 자물쇠를 풀고, 바닥에서 서랍을 꺼내 그 위에 철판을 올리니 판매대로 변신했다. 양씨는 창고 안의 물건을 하나하나 옮겨 판매대에 진열한다. 순서도 시간도 로봇처럼 정확하다. 2시간을 낑낑대고 나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획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취재/사진 박종찬 <한겨레> 멀티미디어부문 제작2팀장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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