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06 12:26 수정 : 2013.08.07 17:19

스마트폰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도구 등을 내세워 현대인의 필수품을 자처하고 있다. 2009년 11월, 국내에 처음 도입된 스마트폰은 3년여 만에 전 인구의 70%를 ‘스마트폰족’으로 탈바꿈시켰다. 연작.
“따르리링, 따르리링~.”

새벽 6시. 그의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 알람이 요란 하게 울린다. 가까스로 잠에서 깬 그의 시선이 스마트폰에 고정된다. 곧이어 능수능란하게 인터넷에 접속한다. 날씨, 속보 순으로 뉴스를 훑고 나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 위터 업데이트 상황을 체크한다. 오늘의 일정을 챙기는 것 도 잊지 않는다. 어느새 6시 40분. 스마트폰에 저장된 미국 가수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를 재생시킨 뒤 아이폰 도크에 스마트폰을 얹는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 춰 샤워하고, 옷을 입고, 식사를 한다.

7시 20분, 또다시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집을 나서 야 할 시간이다. 가장 먼저 스마트폰부터 챙긴다. 티머니가 탑재된 스마트폰이기에 대중교통과 편의점을 이용할 때 꼭 필요하다. 병원 진료 중에 간식과 음료수를 살 때, 후배들 에게 인심 한번 쓰려면 특히 더 그렇다. 바쁜 일과 중에 짬 이 나면 모바일 서핑과 게임으로 피로를 푼다. 카카오톡과 연동돼 있는 게임은 1분이면 족하다. 급하게 논문이나 전문 지식을 찾아야 할 때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취침 전 제때 못 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 가족에겐 미안한 마음도 있다. 박용식(44·가명)씨는 “개인 시간은 늘어났지만, 아내와 대화하거나 아이들과 놀고 집 안일을 도와주는 시간은 현저히 줄었다”고 말했다.

기자 유하나(가명·38)씨는 얼마 전 일생일대의 패닉 상태를 경험했다. 스마트폰 고장이 화근이었다. 휴대전화 연결 잭이 불량인데 몇 달째 수리를 미뤘더니, 기어이 사고 가 터지고 말았다. 며칠 전부터 수시로 휴대전화 전원이 나 가더니 이날 출근길에는 끝내 전원 버튼마저 고장 났다. 하 필 그날 잡힌 인터뷰 약속만 2건. 인터뷰이 연락처는 물론 약속장소 확인도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스마트폰을 쓰 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수첩에 연락처와 약속장소를 적어 놓았을 텐데….’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이 엄습했다. 당장 인 터뷰이한테 연락을 취할 방법이 하나도 없었다. ‘인터뷰 시 간까지 스마트폰 전원이 켜지지 않으면 어쩌지?’ 이날 인터 뷰 준비는 물론이고, 대학 동창과의 점심 약속도 취소했다 (다행히 친구의 연락처는 외우고 있었다). 만사 제쳐두고 회 사 주변에 있는 서비스센터로 향했다. 고장 원인은 접지 불 량. 30분 만에 수리가 끝났다. 인터뷰 예정 시간 1시간을 앞 두고 가까스로 통화가 이뤄졌다. 유씨는 “스마트폰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스마트폰을 다시 켜는 것 말고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고 말했다.

“남편 없인 살아도 너 없인 못 살아”

스마트폰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소셜네트워크서 비스(SNS) 도구 등을 내세워 현대인의 필수품을 자처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3400만 명. 2009년 11월 처 음 도입된 스마트폰은 3년여 만에 전 인구의 70%를 ‘스마트 폰족’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나 스마트폰족은 질병을 앓 고 있다. 스마트폰이 개인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라 이프스타일을 바꿔놓았다. 하루 일과 대부분이 스마트폰 을 매개로 재구성되면서 스마트폰과 함께해야만 안심이 된 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분신, 친구나 애인, 남편이나 멘토 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최미선(40)씨에게 스마 트폰은 권위적인 남편과 시댁 식구들한테서 받은 스트레 스를 푸는 수단이자 남편 같은 존재다. “힘들고 외로울 때 애니팡, 캔디팡, 드래곤플라이트 같은 게임을 하고, 친구들 과 카톡 대화를 나누면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다”며 “남편 없이는 살아도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수진(25)씨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다. 시계 대신 스마트폰 알람을 활용 하고, 음악감상·독서·TV시청·일정관리·전자금융·쇼핑· 게임 등 대부분의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트위터· 페이스북·카카오톡에 접속해 지인들과 안부를 묻고, 일상 을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스마트폰 없는 생활이요? 한번 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스마트폰은 제 분신이에요. 그림자 처럼 항상 저와 함께 있는 존재, 저를 가장 잘 알고 가장 많 이 이해해주는 친구이기도 해요.”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요물’ 없어도

불편하지만 살아진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스마트폰은 통신기기가 아니라 신분증, 시민 권(Membership) 증명서다. 핸드폰 번호가 없으면 어느 세계에도 접속이 불가능하다. 핸드폰과의 관계가 개인이 사회와 맺는 방식 의 수위를 알려주는 것 같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우리교육> 2013년 봄호에 기고한 ‘휴대 전 화와 시민권’이라는 글에서 스마트폰을 이렇게 정의했다. 스마트 폰이 타인과 소통하고 안부를 묻는 통신 수단을 뛰어넘어 한 사회 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품이 된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휴대전화가 없다고 하면, 내 옷차림과 나이 등을 가늠하여 노숙 자, 무적자, 심지어 이상한 사람(간첩? 미친 여자?) 취급하는 곳도 있었다.”

휴대전화가 일종의 ‘신분증’으로 인정되는 사회에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길이 차단된다. 실명인증을 할 수 없 기 때문이다. 왕수남(29)씨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여러 날을 보내다 최근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톡 PC 버전을 설치하려 한 적 이 있다”며 “실명인증 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휴 대전화가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전화·문자메시지가 불가능하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작업 중 일부가 가능한 기기다. 스마트폰 없이는 실시간 인터넷 접속과 검색, 이메일 송·수신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카카오톡뿐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블 로그, 미투데이, 카카오스토리, 싸이월드, 메신저 등 SNS 도구 접 속도 불가능하다. 네이버 블로거 ‘눈보리’(lilpanda)는 지난 5월 스 마트폰을 잃어버린 뒤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나흘째 피처폰을 쓰고 있다.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 번 째는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한다. 일대일 대화방은 문자로 커버 한다지만 단체 카톡방은 불가능하다. 친구과 가족 등 여러 사람들 과 사진·동영상을 공유하지 못한다. 둘째는 외부에 있을 때 인터 넷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다. 급히 무언가 검색해야 할 때, 장소와 지명을 찾을 때 난감하다.”

스마트폰은 수십만 개에 이르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우리 라이프스타일이 혁신적으로 편리해졌 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없을 때 불가능한 것이 그만큼 많다는 뜻 이다. 정씨는 휴대전화를 분실한 뒤 시계를 볼 수 없게 됐고, 강의 다니는 데 필요한 기차표와 비행기표 예매에 실패했으며, 책·프린 터·생활협동조합 물품 구입이 불가능하거나 극도로 불편하게 됐 다. 또한 강의 장소인 평화공동체를 찾아가다 길을 헤맸고, 이때 공중전화조차 찾을 수 없었다.(앞의 글 인용 요약)

스마트폰이 없으면 날씨와 주가, 뉴스 속보 등을 수시로 확인할 수 없다. 출퇴근이나 이동 중에 DMB(이동용 멀티미디어 방송)를 시청 하거나 음악과 라디오를 듣는 일, 전자책을 읽는 일, 애니팡·캔디 팡·윈드러너 등의 게임을 할 수 없게 된다. 휴일 주변의 병원과 약 국을 찾는 일, 버스의 정류장 도착 시간을 확인하는 일, 하루 음식 섭취 열량과 칼로리 소모량을 체크하는 일 등도 불가능해진다.

또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지인에게 돈을 송금하거나 세 금과 공과금 납부 등의 전자금융 업무를 이동 중에 할 수 없다. 녹 음 기능까지 활용해 어학 공부를 하던 일, 기억하고 싶은 대상과 풍경 등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 중요한 데이터를 스마트폰 USB 메모리(16G·32G) 안에 저장할 수 없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길을 잃었을 때나 낯선 곳을 방문할 때 지도맵 GPS 기능의 도움을 받 을 수 없다.

김원근 KEYSTONE 기획1팀 대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말했다. “운전할 때 실시간 교통 상황을 확인해 최단 거리와 최단 시간 코스를 찾는 일, 이동 시 가장 빠른 대중교통 수단을 검색하 는 일, 시내 맛집을 찾기 위해 블로그를 검색하고 모바일 쿠폰을 받는 일, 영화와 공연을 신속하게 예약하거나 취소하는 일이 불가 능하다.”

물론 스마트폰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었고, 상상하지 않았기에 불편하지도 않았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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