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03 16:03 수정 : 2013.07.08 10:25

지난 5월 29일 공사 중단 이후, 한국전력은 할머니들이 알몸 농성을 벌인 127번 송전탑 부지 가는 길을 의자로 봉쇄했다.
밀양, 그 뜻은 ‘은밀한 햇살’이다. 같은 제목의 영화를 영문(Secret Sunshine)으로 옮긴 풀이가 그렇다. 거기엔 ‘청 학동’처럼 밀교적 비의(秘儀)감은 없다. ‘밀’(密)과 ‘양’(陽)의 관계는 보기에 따라 형용모순이기도 하고 균형이기도 하다. 어느 만큼 속되고, 어느 만큼 순진할 것 같은 이미지…. 실제로도 밀양은 도농복합지역이다.

그 균형은 지금 깨지고 없다. 영화가 나올 무렵인 2007년, 원전 송전탑 사업 승인이 난 다음부터다. 도시 사람들의 편익과 원전 마피아의 잇속 앞에 그곳 사람들의 삶과 터전이 궤멸 직전에 놓였다. 송전탑보다 사람들이 먼저 일어 섰다. 속되고 순진하던 밀양 어르신들이 생태, 생명, 인간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사가 되었다. 남은 목숨까지 내걸었 다. 여러모로 이런 투쟁은 전례가 없다. 보수 아성의 주춧돌이던 어르신들이 어떻게 핵 패권에 맞설 수 있었을까. 처 음부터 ‘은밀한 햇살’은 폭발을 예비한 채 안으로 타오르던 불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대속의 제물이 되어 가는 그들을 지켜보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 밀양은, 답은 나와 있으나 다만 던져지지 않는 거대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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