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8 01:15 수정 : 2012.12.28 01:16

저축을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 21.6%에 달하던 저축률은 이후 급락해 2010년 2.6%까지 떨어졌다. 산업화 시기, 저축은 경제성장의 연료였으며 도시 가계가 삶을 개선해가는 방식이기도 했다. 사글세로 시작한 젊은 부부는 고금리의 저축을 통해 전셋집으로 이동했고 주택청약저축을 부어 무주택 가구를 위한 주택공급 정책의 수혜자가 될 수 있었다. 경제는 성장하고 임금도 오르던 시절이었다.

 1997년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노동소득의 전망이 어두워졌고, 고용의 질 또한 악화되었다.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었다. 불안이 함께했다. 저축 대신 투자가 해법이었다. 중산층의 삶으로 진입하는 길은 더욱 좁아졌다. 안정된 직장, 주택, 의료, 노후를 위해 교육, 보험 상품, 부동산과 주식으로 이뤄진 투자 포트폴리오가 저축을 대체했다. 그 이전에도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은 일반적이었으나, 가계 대출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다행히’ 아파트는 가격 상승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이 전략의 마무리 단계에는 투자 자산을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해줄 새로운 구매자가 요구된다. 사람들은 자산 가격 상승을 보며 심리적으로 보상받으면서도, 불안한 사회적 소득 탓에 자기 자산을 사줄 새로운 구매자가 성장할 수 없을 거라는 염려는 하지 않았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키드의 생애’ 기획팀/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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