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11 10:53 수정 : 2013.06.12 10:47

분단의 경계선상에서 평화의 상징처럼 존재하던 개성공단이 가동 9년 만에 중단되었다. 그러나 자연의 봄은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온다. 좀처럼 누그러들 줄 모르는 한반도의 냉랭한 기류에 아랑곳하지 않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갖가지 꽃들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잠시 빼앗겨 보지만 이내 무거워진다. 삼팔선 너머 북녘에도 만물이 소생하는 환희의 봄이 왔을 터이지만 맘 편히 봄나들이 한번 못하는 주민들 모습이 선하게 떠올라서다. 이맘때면 북한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농촌동원이 어김없이 진행된다. 당, 기관, 군대, 공장, 기업소에 근무하는 성인뿐 아니라 한창 배워야 할 나이의 학생들까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공장이나 기업소는 전력난과 원재료난으로 대부분 가동이 중단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동원하는 것은 이해해도 학업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까지 동원되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동원되는 동안 교육 진도가 밀릴뿐더러 장기간의 수업 중단으로 학습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에서 농민으로

간간이 들려오는 북쪽 소식은 해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만성적인 식량난 타개를 위해 올해부터는 북한 당국이 모내기 전투에 “낟알 먹는 사람은 무조건 다 나오라”고 지침을 내려 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까지 강제로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사회의 오랜 전통이 되다시피 한 노력동원의 하나인 농촌지원전투는 역사가 깊다. 또한 농사만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달라붙어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벽안개를 가르며 거리마다 울려 퍼지곤 하는 ‘전당, 전국, 전민이 떨쳐나 모내기 전투를 힘있게 벌리자!’는 방송 구호는 어릴 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온 내용이다. 모내기를 제철에 끝내는 것이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거듭 강조하며 전국적으로 총력을 기울인다. 농기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순전히 인력을 동원하는 방법밖엔 없다.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학교 3학년생부터 해마다 봄에는 두 달 남짓, 가을에는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의무적으로 농촌지원에 동원된다. 이때의 일과는 일반 농장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봄에는 대개 모심기, 강냉이 영양단지 심기, 김매기 등을 하고 가을에는 추수와 탈곡을 돕게 된다. 해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북한 학생들의 농촌지원은 현재진행형이어서 예전 기억을 고스란히 펼쳐놓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기사 전문은 <나·들> 인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동명숙 함경북도 청진 출신.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됐다. 경북 안동에서 7년 동안 식당일을 하고, 그사이 결혼해 가정을 꾸렸으며, 2010년 동국대 북한학과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 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력 강한 함경도 ‘또순이’와 아무리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캔디’가 동시에 있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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